우리 근대사에 6.25 이후
참담했던 시절의 빛바랜 사진
태평양을 건너온 미군복을 얻어 입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간혹 마음씨 좋은 미군 아저씨를 만나면
미국으로 입양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연을 들고 포즈를 취한 소년들
전쟁의 상흔을 잠시 잊은 듯 하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한 아이가 탈진 했는지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노인이 문 긴 담배대를
고개를 외로 꺽고 바라보는 소년과
소년이 손에 쥔 깡통 속을 바라보는 노인
전쟁은 노인의 빈 담배대와
소년의 빈 깡통 속에 있었다
봇짐을 등에 진 할아버지와
망태기를 손에 든 손녀
피난을 가는 일가족의 전형적인 모습
이렇게 지게에 가재도구를 싣고
수백리 길을 걸어서 피난을 떠나야 했다
길가에 앉아 참외 등을 팔고 있는 아낙들
젊은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래야
날품팔이가 고작이었던 시절
한 지게꾼이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길가에서 잠들어 있다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어린이
담요 한 장으로 매서운 추위를 견더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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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알바니아 태생으로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한국전쟁을 취재한 미국의 저명한 사진가
디미트리 보리아(1902~1990)가
주일 미극동사령부 사진반에서 일할 때
한반도 각지를 돌며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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