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죽으면 그것으로 끝장이예요

박남량 narciso 2014. 7. 4. 08:30


죽으면 그것으로 끝장이예요







어린아이가 가장 큰 흥미를 가지면서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관념의 하나가 죽음이다.

가령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아이들은 자꾸 묻는다.
"왜 죽었어요?"

나는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 하고 사실만을 대답해 준다.
나이가 많지 않은데 죽은 경우는 '너무나 큰 병이 들어서' 하는 대답이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욱 추궁하는 것이다.
"죽으면 어디에 가요?"
"죽으면 그것으로 끝장이에요."

유태인은 내세라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죽은 뒤의 세계에 얽히는
여러 가지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지 않는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그들 자신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게 맡겨두면 되는 것이고
부모가 들어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답이 되지만
아이들이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관념, 가령 신에 대해서는 조금 대답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나의 딸이 세 살 때 '엄마, 하느님이 뭐예요?'하고 설명을 구한 일이 있었다.
내가 '하느님은 어디에나 있어요. 공기 속에도 있어요.' 하고 말하니까
그 아이는 자꾸 숨을 들이쉬면서 '봐요, 나 지금 하느님을 들여마시고 있어요." 하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었다.


르스 시로의 유태인의 천재교육(1983 / 학원사)에 실린 글이다.

유태인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무리하게 알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거기에까지 이르지 못하는데 무리하게 그들의 사고의 방향을 틀어서 부모 멋대로 끌고가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 유태인의 어머니가 언제나 마음에 명심하는 일은
첫째로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둘째로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태인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신에 대해서 물어보아도
가령 산꼭대기를 가리키며 '하느님은 거기에 살고 있어요.' 하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또 '나쁜 짓을 하면 하느님이 와서 벌을 주어요.' 하는 공포심을 심는 말도 삼간다.

유태인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관념에 대해서 거짓말로 얼버무리지 않고 간결 명료하게 대답해 준다.
아이들의 상상력에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고 사실만을 말해줌으로써 말을 마치는 것도 알맞은 자극을 주자는 데 있다.
자극을 알맞게 주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개발하여 자연스럽게 뻗어나게 하자는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남보다 특별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자신의 개성을 살려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머니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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