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고독은 보라빛 노을이 아니라 당당한 있음이다

박남량 narciso 2014. 7. 7. 07:00



고독은 보라빛 노을이 아니라 당당한 있음이다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의지가 굳세고 성품이 용맹스럽고 씩씩하였다.
부처님은 그를 가르치기 위해 산 넘어 귀신 골짜기의 나무 아래 가서 앉게 하고 자신의 들어쉬고 내쉬는 숨길을 세면서 안정을 찾도록 하였다.

"숨길을 헤아리는 수식관(數息觀)으로 생각을 쉬고 구하는 마음을 끊어 괴로움을 없애야 비로소 열반(평안)을 얻을 수 있느니라."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 골짜기에 앉아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형상은 보이지 않지만 골짜기에서 귀신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점점 겁이 났다. 숨길을 헤아릴 수도 없어 안정을 얻지 못했다. 두려워서 그만 돌아가려고 하다가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집에 있었으면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안(열반)을 얻기 위해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있다. 깊은 산중에서 아무 친구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으니 외롭다. 게다가 귀신의 소리가 나를 두렵게하는구나."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너는 혼자 이곳에서 정진하면서 아무 두려움도 없었느냐?"

비구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일찍이 이 골짜기에 들어와 본 일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이곳에 와 있으니 실로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때 코끼리 한 마리가 가까이 오더니 한 나무를 의지하고 앉아 고요를 즐기었다. 부처님은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코끼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겠느냐? 이 코끼리에게는 권속(眷屬)이 많은데 권속(眷屬)들이 귀찮게 굴어 그들을 떠나 여기로 온 것이다. 코끼리는 나무밑에 앉아 은정(恩情)과 애욕(愛欲)의 감옥을 떠나니 얼마나 유쾌한가라고 생각한다. 이 코끼리는 짐승인데도 한적한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하물며 너는 집을 나와 세속을 여의려고 하면서 홀로 외롭다고 친구를 구하려는가?"

"어리석고 어두운 친구는 도리어 손해가 많다. 홀로 있으면 맞설 이가 없고 또 번거롭게 의논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차라리 홀로 도를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사람과 짝하지 말아야 한다."



누가 말했던가.
홀로 있을 때 너는 온전한 너이지만 친구와 같이 있을 때는 절반의 너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한 홀로 있을수록 함께 존재한다.

마음에 꺼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보다는 외롭더라도
홀로 있는 게 얼마나 홀가분한 일인가를 겪어본 사람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홀로 가는 사람.
고독은 보라빛 노을이 아니라 당당한 있음이다.







 
 법정/인연이야기/불일출판사/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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