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설화

솔 이야기

박남량 narciso 2004. 11. 7. 21:15

  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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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

 

사시사철 푸르름에

찬사를 아끼지 않은 나무.

민족의 기상이 서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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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사부리 소나무 (경북시도기념물 111호)

 

이른 아침 눈을 비비고

뒷산에 올라 소나무 밭에 들면

하늘에서 햇살이 솔가지 틈으로 비치면서

솔 향을 느끼게 해주고

여름날 맑은 계곡에서

소나무가 그늘이 되어

송진에서 그윽한 향이 퍼진다.

송진이 뿌리를 따라 내려가다

붉고 딱딱하게 엉겨 붙는다.

이것이 관솔이다.

방안에 이것하나 갖다 두면

자연의 향이 오래오래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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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사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180호)

 

우리민족들은 애국가 가사에서 등장할 만큼

소나무를 좋아하고 신성화하였다.

삶의 역사에서 솔밭에서 태어나

솔나무로 만든 집에서 생활하다가

솔나무 관으로 들어가

다시 솔밭에 묻힐 때까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솔과는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가깝게 생활하고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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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묘산면 소나무 (천연기념물 289호)

 

절개와 지조의 상징성인

늘 푸르름과 꿋꿋하게 버티며

의연하게 자라는 모습등이

군자의 덕(德)과 미(美)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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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청천면 소나무 (천연기념물 290호)

 

껍질은 용의 비늘이나

거북등 껍질의 모양을 닮고 있다.

나무 가지의 생긴 모습,

그리고 뿌리를 땅 밖으로 내어놓는 모습.

그리고 자유롭게 휘어져

서로의 몸을 감고 있는 모습이나

하늘로 향해 뻗어나간 형상 등은

분명 용이 또아리를 틀거나

힘차게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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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 화암리 소나무(강원시도기념물 66호)

 

세월의 연륜을 말해주는 짙은 때깔의 밑동과

거북 등처럼 갈라지는 자태,

한치도 굽힘 없이 곧게 뻗어 올라가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푸른 물을 쏟아낼 듯한

이 웅장한 소나무 숲의 정경은

가히 가슴이 서늘하리만큼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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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 성황리 소나무 (천연기념물 359호)

 

소나무 연가

                          이해인

 

늘 당신께 기대고 싶었지만

기댈 틈을 좀체 주지 않으셨지요.

 

험한 세상 잘 걸어가라.

홀로 서기 일찍 시킨

당신의 뜻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서러워 울었습니다.

 

한결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주제 넘은 허영이고

이기적이 사치인가요.

 

솔잎 사이로

익어가는 시간들 속에

이제 나도 조금은

당신을 닮았습니다.

 

나의 첫사랑으로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의무가 아니라

흘러 넘치는 기쁨으로

당신을 선택하며

온 몸과 마음이

송진 향내로 가득한 행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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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 (천연기념물 409호)

 

 소나무 아래서

                        이해인

 

세월이 갈수록

당신과 함께 있으면

맑고 편안합니다.

태풍 불어 불안했던 마음도

이내 안정을 찾습니다.

 

유별나지 않은 수수함

웬만한 바람에도 끄덕 없는 한결같음

사계절 내내 푸른 모습을 잃지 않는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권태를 모르는

그 의연함과 싱싱함을 사랑합니다.

 

수 십 년을 솔숲에서 살다보니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머무는 방을 <솔숲 흰 구름 방>으로

먼 데 사는 이에게 보내는 소식지를

<솔방울 솔바람>이라고 이름 붙였지요.

송미(松美) 송실(松實) 송이(松伊)

소나무 송 자가 들어가는 이름만 보아도

얼마나 반가운지요.

 

매일매일 당신이 떨어뜨리는

솔방울을 줍습니다.

까닭없이 마음이 흔들릴 때는

솔방울을 꼭 쥐고

단단한 첫 결심을 새롭힙니다.

 

새로운 감격으로 솔방울을 줍듯이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면서

뾰족한 솔잎처럼 예리한 직관력을

조금씩 키워가면서 행복합니다.

 

내 삶의 길에는 이제

송진 향기가 가득합니다.

끈적거리는 사랑의 괴로움도

자꾸 씹으면 제 맛이 난다고

당신이 일러주었습니다.

 

가까이 있는 바다를 보며

마음을 넓히라고 했지요?

뿌리 깊은 나무처럼

겸손하게 끈기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우라고 했지요?

 

눈부신 햇살아래

송화가루 날리는

솔 숲길을 걸으며

황홀했던 시간들

 

솔바람 타고 오는

신의 음성을

거기서 들었습니다.

그 분은 내게 송화가루처럼

노랗게 부서지는 사랑을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살겠다고 약속했음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땅에

나보다는 오래 사실 당신에게

마음 놓고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았습니다.

 

나를 키워주는 친구로

스승으로 연인으로

당신은 나에게

별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평범한 것에 감추어진 보화를

먼저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당신에게 어떻게 감사할까요?

 

늘 변함없이 곁에서

힘이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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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재동 백송 (천연기념물 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