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벌칙 - 시 암송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하루는 내게 시를 읊어 준다고 하더라고요. 어리둥절하는 사이 아이가 내 앞에서 시를 읊었지요. 아름다운 시 구절을 들으며 행복하고 흐뭇했습니다. 4월 1일 광주시 교육청 게시판에 한 학부모가 쓴 글이 올라왔다.
사연은 이렇다. 광주 무등중학교 2학년 1반 진선주 선생님은 지난 3월부터 등교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지각생에게 시 외우기 벌을 내렸다. 교과서와 국어 선생님이 선정해 준 시 중 한 편을 암송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시를 외웠는지를 점검하면서 지각한 이유와 시에 대한 느낌을 학생과 함께 이야기했다.
으례 벌이라면 오리걸음, 운동장 돌기 등에 익숙했던 아이들에게 시 외우기는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워 보였다. 하지만 2∼3분 지각했다가 방과 후 15분 넘게 남아 있는게 억울해서인지 시 외우기가 귀찮은 까닭인지 아이들의 등교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야단치기가 싫어서 시작한 벌인데 요즈음은 한두명으로 지각생이 줄었어요. 지각대장 별명을 얻은 한 학생은 개학한 지 한 달 반 만에 벌써 시 다섯편을 외우기도 했고요. 시 암송 벌을 시작한 진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며 교사와 학생에게 한결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해 주는 이 특별한 벌을 지속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진선생님은 체벌보다 시간을 더 많이 들여야 하지만 아이들이 짜증내거나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라며 시를 주제로 얘기를 풀다보니 선생님의 마음도 여유롭고 아이들의 얼굴도 밝아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백 마디의 훈계보다 더 효과적인 시 암송 벌. 이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 구절과 함께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에게 아름답고 훈훈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 좋은 생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