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도
주님, 저는 늘 제 귀를 기쁘게 하는 좋은 소리만 듣고 싶어하지만 일부러라도 귀를 아프게 하는 책망과 훈계와 충고의 말을 깊이 새겨듣고, 즐겨 청할 수 있는 성숙한 지혜를 키워가게 하소서.
꿀맛처럼 달디달지만 유혹이 되는 칭찬과 찬미의 말은 두려워하고 씀바귀 맛처럼 씁쓸하지만 약이 되는 어떤 충고나 비난의 말을 오히려 즐겨 들을 수 있게 하소서.
조금쯤 억울하게 느껴지는 말들이라도 변명하지 않고 받아 안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신을 넓혀가게 하소서.
남으로부터 부당한 판단을 받았다고 몹시 화를 내기 전에 제가 남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함부로 말했거나 속단했던 부분을 먼저 마음 아파하고 반성할 수 있는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소서.
어떤 모임에서건 누가 먼저 저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 주면 조심스럽게 공손하게 듣기만 할 뿐 수다스럽게 부풀려서 맞장구치는 뻔뻔스러움을 피하게 해주소서.
이웃에게 제 자신을 알리려 할 땐 장점과 성공은 가능한 한 숨겨두고 약점과 실수를 먼저 자랑할 수 있는 어리석음의 용기를 주소서. 주님.
- 이 해 인 / 꽃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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