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설화

상냥한 미소 도라지 꽃

박남량 narciso 2005. 4. 22. 11:36
상냥한 미소 도라지 꽃

 

여름과 가을철에 끝이 다섯 쪽으로 째진 종 모양의

자주 빛이나 흰 빛의 꽃이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하나씩 피어나는 도라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부모를 일찍 여의고

두 남매가 서로 의지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오빠는 누이동생 도라지를 잘 아는 스님에게 맡기고는

중국으로 공부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도라지는 눈물을 감추면서 오빠를 떠나 보냈지만

한번 떠난 오빠는 10년이 지나도 돌아올 줄을 몰랐습니다.

 


도라지는 매일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나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 오빠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소식조차 없었고

이상한 소문만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도라지오빠는 배를 타고 돌아오다가

풍랑을 만나 죽었다고 하는구나"

"아니 그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결혼해서 살고 있다고 하던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몰랐습니다.

 


어느 날 도라지는

그 동안 보살펴 준 스님에게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듯 합니다. 스님,

저는 산 속으로 들어가 약초나 캐면서 살겠습니다"

도라지는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살면서도

오빠를 그리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무심한  세월은 도라지를 할머니가 되게 하였습니다.

도라지 할머니는 어느 날 문득 오빠가 몹시 그리웠습니다.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난 그 바닷가에 가 보면

금방이라도 오빠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도라지 할머니는 마침내 산에서 내려와서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났던 바다가 내려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오빠를 그리는 마음이 가슴에 사무쳤습니다.
 

"오빠,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세요.

 

죽기 전에 얼굴만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요"

그 때였습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라지야"

도라지 할머니는 부르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던지

숨이 탁 막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그리던 오빠를

볼 사이도 없이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듬 해 봄이 되자

그곳에서 처음 보는 풀이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그 해 여름에 하얀 꽃이 피어났습니다.

이 꽃을 도라지 할머니의 넋이라 하여

도라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옛날 한 고을에 도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40살이 넘어 딸 아이를 하나 얻었는데

이름을 '라지'라 하고 애지중지 길렀습니다.

세월이 흘러 많은 곳에서 혼담이 왔지만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총각은 옆집에 사는 나무꾼 총각이었습니다.

서로 사랑하였고 착실하였기에 집에서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고을사또가 도라지의 소문을 듣고는

도라지를 첩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도라지는 사또의 청혼을 거절하였습니다.

사또는 트집을 잡아서는 도라지를 관가로 끌고 가서는

마음을 돌리려 하였지만 도라지의 마음은 꺽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 매질에 견디지 못한 도라지는 죽게 되었습니다.

도라지는 죽으면서 자신의 시신을

나무꾼이 지나 다니는 산골에 묻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도라지의 소원대로 산골에 묻혔습니다.

그 후 도라지는 산골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곳에서 피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라지의 꽃말은 상냥한 미소라고 합니다.

또한 소망, 영원한 사랑이라고도 합니다.

 


상냥함이 사람들을 부드럽게 합니다.

변함없는 사랑을 바치는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주위에 많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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