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설화

사랑을 이루지 못한 데이지

박남량 narciso 2005. 3. 30. 10:36

사랑을 이루지 못한 데이지

 

 

 

 정 베르테스의 눈동자는
숲 속의 호수처럼 맑았고
목소리는 아름다운 들새가
노래하는 듯했습니다.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머리는
버들잎처럼 한들거렸습니다.
마음씨 또한 착하였으며
품위가 있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숲 속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베르테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요정 베르테스를
흠모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베르다므나스가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했습니다.
베르테스는
누가 사랑을 고백해 오면
이미 남편이 있는 몸이기에
품위있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조용히 사양하곤 했습니다.
베르다므나스도
그런 사실을 알았지만
그녀를 향하는
사랑의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열정적인 사랑에
그녀의 마음도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베르테스는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안 돼!
난 이미 남편이 있는 몸이야.
이래서는 안 돼!
밤이면 남 몰래 숲길을 걸으며
베르다므나스에게로 향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베르테스는
끝내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니 몹시 괴로웠습니다.
고민을 하던 그녀는
이 모든 것은 내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생긴 일이야.
깨달음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비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싫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베르테스는
한 송이 꽃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 꽃이 데이지 입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해
꽃이 된 데이지의 꽃말은
결백, 천진난만입니다.
미인이라고도 하더군요.

 


데이지 꽃은
봄부터 가을까지
흰 색, 붉은 색, 붉은 자주색의
꽃을 피우며
햇빛이 비치면 꽃이 피었다가
날이 흐려지거나 밤이 되면
오무라드는 꽃이랍니다.

 

 

다른 이야기 하나
레도니아의 몰벤에 아르히나라는
전쟁미망인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전쟁터에서 전사하였습니다.
남편의 죽음은
그녀의 큰 슬픔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유복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슬픔을 딛고 일어서
굳세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얄궂은 운명의 장난일까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병이 들어 버린 것입니다.
남편과의 유일한 사랑의 표시인
아들이 병이 들어 눕게 되자
아르히나는 밤잠을 자지 않고
간호를 하였지만
아기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슬픔에 잠겨
식음을 전폐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위로하고
소녀들은 '데이지의 노래"를 불러
부인을 격려했습니다.

 


이 때부터 몰벤의 소녀들은
데이지를
어린아이에게 바치게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