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평화 사상
불타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평화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그 한 가지 사실만 가지고도 인류 역사에 불멸의 자취를 남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가 사회적인 실천 윤리의 바탕을 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비(慈悲)이다.
중생을 사랑하여 기쁨을 주는 것을 자(慈)라 하고, 중생을 가엾이 여겨 괴로움을 없애주는 일을 비(悲)라 한다. 그러니까 자비(慈悲)는 인간 심성의 승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불교에서는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 그런 마음가짐으로 모든 이웃을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어머니가 자기 외아들을 목숨을 걸고 지키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 없는 자비심을 일으켜야 한다.」(숫타니파아타)
지극한 자비에는 멀고 가까움이나 원수와 동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만인의 벗, 일체 중생의 동정자, 자비한 마음을 길러 항상 아힘사(無傷害)를 즐기노라.」(長老偈)
「그러므로 적에게도 자비를 베풀어라. 자비로 가득 채우라.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밀란다 王問經)
인간 존재에 있어서 기본적인 구조는 세상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세상에 있다는 것은 함께 있음을 뜻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다. 서로 서로 의지하여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저쪽의 불행이 내게 무연(無緣)하지 않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는 말은 연기(緣起)의 공리(公理)이지만 그것은 또한 모든 존재의 실상인 것이다.
초기 교단에서는 국가 권력을 향해 전쟁을 포기하도록 여러 가지로 노력했었다.
「원망은 원망에 의해 해결될 수 없다. 원망을 쉬어버림으로써 그것은 풀린다.」고 했다. 빔비사라 왕이 이웃 나라 밧지족을 공격하려고 불타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불타는 여러 가지 저쪽 상황을 물은 뒤 무익한 전쟁을 만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란 죽이지 않고 해치지 않으며, 이기지 않고 적에게 이기도록 하지도 않으며, 슬프게 하지 않고 법답게 다스려야 합니다.」(상응부 경전) 그리고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맞서 싸우기보다는 권지(權智)로써 화평하라고 했다.<법정(法頂)/무소유/범우사/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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