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방문 앞 복도에 걸어둔 까닭

박남량 narciso 2005. 11. 22. 10:15

추기경의 말 한 마디

 

 

방문 앞 복도에 걸어둔 까닭

 

 

 

 

            내 방 앞에 가면 복도에 목각 현판이 하나 있습니다.

 

            말 한 마디 라는 제목의 시가 걸려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주의한 말 한 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 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 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 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 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 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 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랑의 말 한 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이 시는 내가 방문을 열고 나서기만 하면 즉시 볼 수 있습니다.

 

            정말로 부주의한 말 한 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 마디가 삶을 파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가 하면

 

            은혜로운 말 한 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사랑의 말 한 마디가 축복을 주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옛부터 말 한 마디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듯이

 

            말이란 이렇듯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힘을 지녔습니다.

 

            이것은 우리 개개인이 비록 한 마디의 말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의 뜻으로

 

            누군가가 지은 시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이것을 보낸 분은

 

            추기경의 위치에 있는 당신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생각하며 살라는 뜻으로 보내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방문 앞 복도에 걸어 두었습니다.

 

 

 

 

 

 

 

 

 

 

 

 

 

 

 

 

 

 

 

출처 김수환 추기경의 세상사는 이야기/사람과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