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의 말 한 마디
방문 앞 복도에 걸어둔 까닭
내 방 앞에 가면 복도에 목각 현판이 하나 있습니다.
말 한 마디 라는 제목의 시가 걸려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주의한 말 한 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 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 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 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 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 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 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랑의 말 한 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이 시는 내가 방문을 열고 나서기만 하면 즉시 볼 수 있습니다.
정말로 부주의한 말 한 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 마디가 삶을 파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가 하면
은혜로운 말 한 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사랑의 말 한 마디가 축복을 주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옛부터 말 한 마디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듯이
말이란 이렇듯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힘을 지녔습니다.
이것은 우리 개개인이 비록 한 마디의 말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의 뜻으로
누군가가 지은 시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이것을 보낸 분은
추기경의 위치에 있는 당신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생각하며 살라는 뜻으로 보내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방문 앞 복도에 걸어 두었습니다.
출처 김수환 추기경의 세상사는 이야기/사람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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