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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숙인다는 것은 겸허해 진다는 것이다
맹사성(孟思誠)은 고려 말에 태어나
조선초에 활약했던 재상이다.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다.
정승으로 있을 때도 비가 새는 집을 고치지 않았고 청탁을 우려해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다.
그는 스물일곱 살에 장원급제하고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경기도 파주 군수로 부임하게 되었다.
실패를 몰랐던 그는 패기가 넘쳤다.
관내를 둘러보다 오래된 사찰의 스님을 만나
물음을 던진다.
『스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인지요?』
『그야 어렵지 않소이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선한 일을 많이 베푸시는 것입니다.』
스님은 무심히 말했다.
그러자 맹사성(孟思誠)은
심드렁하게 말하며 일어났다.
『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인데
먼길을 온 나에게 고작 해 줄 말이
그것이란 말이요?』
나이 든 스님은 미안한 얼굴로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이기는 척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는데도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바닥을 적십니다.』
맹사성이 불멘소리를 했지만
스님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바닥을 적시는 것은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이 말에 맹사성은 얼굴이 붉어져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부딪히고 만다.
그때 스님이 또 말했다.
『고개를 숙이시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맹사성은 평생 이 말을 기억하였으며
자리가 높아질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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