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사랑

등칡꽃 / 강영은 꽃시

박남량 narciso 2012. 6. 4. 18:38

 

 


등칡꽃


강영은



느릅나무 둥치를 타고 오르는


등칡의 꼬부라진 음계는 벌레의 귀만 길어 올리네


깊은 우물의 고요는 들리는 귀에겐 커다란 파문파문 지는 꽃


중심 향해 딱정벌레 한 마리 제 몸의 바깥을 들이 미네


들어 갈수록 깊어지는 음역을 향해


안팍을 전복시킨 딱정벌레


트럼펫처럼 휘어진 꽃 나팔 속 무수히 떨어지는 꽃가루,


잘못 읽은 분절음 속에 갇히고 마네


앞에서 보면 여자의 음부 같고 옆에서 보면 남자의 양물 같아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팜므파탈의 꽃


등칡이 꽃을 피웠네 구부러진 등이 꽃을 피웠네


천만 길 벼랑에 내 몸의 바깥을 쥐어주고 싶은 봄날,


저, 눈부신 봄을 꺽으려면


단단한 뿌리에 묶여 있는 등줄기를 먼저 읽어야 하리


천길 아래로 낙화하는 절벽을 후렴구로 두어야 하리.

 

 

 

 

시로 여는 세상, 2010년 가을호, 신작 소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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