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무신왕 과 을두지
대무신왕은 고구려 제3대왕으로
유리왕의 셋째 아들이다.
동부여를 공격하여 대소왕을 죽이고
고구려에 병합시키고
개마국을 쳐서 이를 병합하여
국토를 살수이북까지 확대하였다.
고구려는 전쟁에 신물이 나서
군사훈련을 게을리하고 있던 터에
한나라 요동 태수의 공격을 받았다.
임금은 근심이 태산 같아
신하들을 불러 모았으나
편한 생활에 몸과 마음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신하와 장수들은 말하는 이가 없었다.
임금이 기가 막혀 모두를 꾸짖자
우보 벼슬에 있는 송옥구가
고구려가 군사훈련을 게을리했다고 하나
동부여를 무찌른 역전의 장수과 군사들이 있어
힘 안 들이고 적을 퇴치할 수 있다고
그럴 듯하게 말하였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 말에 불과했다.
그는 적군의 군사력이 어떤지
아군의 전력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도 없으면서
듣기에 좋은 말만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모두 조용히 듣고만 있는데 좌보 벼슬에 있는
을두지가 제 생각을 말하는데
「 우리 군사가 비록 전투 경험은 많다 하나
그 수효가 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우리 군사는 녹슨 병사들에 불과합니다.
지금 적을 알기 전에 우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적과 맞서서 이기기란 어림도 없는 형편입니다.
이럴 때는 우리의 현실을 시인하여
힘보다는 지혜로 칼보다는 머리로 싸워
적을 이기는 계략을 써야 할 것으로 압니다」
임금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보니
을두지의 말이 현실을 제대로 본 것 같았다.
「 그렇다면 좌보는 어떤 계책이 있단 말인가?」
「 우선은 맞붙어 싸우지 말고 성문을 굳게 닫고
저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면서 그때그때
알맞은 지혜를 펼쳐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왕명이 떨어지자 모든 군사들은 위나암성으로
들어가 방어준비를 하기에 분주하였다.
고구려 성을 에워싼 요동 군은
고구려 군이 응전을 하지 않자 장기전으로
성안에 있는 모든 샘물이 바닥나기를 기다리며
쉬엄쉬엄 공격하는 그런 작전으로 나왔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곳은 고구려 진영이었다.
한 달 가까이를 성안에 갇혀 방어를 하자니
군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질병까지 나돌아
제풀에 지쳐 성을 내놓게 될 입장이었다.
임금이 보다못해 을두지를 불렀다.
「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 보시게」
「 저들에게 선물을 보냈으면 합니다」
을두지의 말에 신하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임금은 어이가 없어 멍하니 을두지를 바라보며
「 그래, 어떤 선물을 보내자는 것인고」
「 성안에 있는 못이란 못은 모조리 뒤져서
물고기를 잡아들이도록 하십시오. 그리고는
그것들을 수초에 싸서 술과 함께 요동 군사
진영에 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적의 진영으로 가는 것은 을두지가 자청했다.
여러 신하들은 비웃었지만 임금은 속으로
느끼는 바가 있어 을두지 말대로 실행하였다.
적장 앞에 이르러 을두지는 이렇게 인사를 했다.
「 먼 곳까지 대군을 이끌고 와 야영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옛부터 전쟁 중에도
예절이 있다고 했거늘 저희들이 이번에 경사를
만나 잔치를 벌이게 되었기에 변변찮은 것이지만
나누어 먹고자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고깝게 여기지 마시고 정성을 받아 주십시오」
적장은 소인배라는 말을 듣게 될까 두려워
가져온 선물을 챙기는 한편 답례품까지 내 놓았다.
을두지가 돌아가고 나서 적장이 선물을 펴보니
수초에 싼 물고기였다. 그것도 엄청난 양이었다.
적장은 수초에 싼 팔팔한 물고기를 한참 보다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신음을 했다.
「 고구려 위나암 성은 바위 위에 지어진 것이라
지금쯤은 우물과 못에 물이 바닥이 났을 거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싱싱한 수초에 팔팔 뛰는 물고기를
이만큼이나 가져왔으니 성안에는 아직도 물이
넉넉하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고구려 성을
쉽게 무너뜨릴 수는 없는 일이로다」
적장은 군사를 시켜
「 귀국이 우리에게 보인 예절로 미루어 우리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인정되었으므로
우리는 귀국의 영토에서 물러나기로 하노라」
이런 글을 고구려 진영에 보내게 하고는
돌아갈 준비를 하도록 명령하였다.
아무런 방비도 없이 적의 침입을 받은 고구려는
을두지의 지혜로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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