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내가 높아지려면 아랫 사람부터 높여야 한다는 고사성어 학택지사(涸澤之蛇)

박남량 narciso 2016. 3. 25. 11:00


내가 높아지려면 아랫 사람부터 높여야 한다는 고사성어 학택지사(涸澤之蛇)



중국 전국(戰國)시대 제(齊)나라의 유력한 전씨(田氏) 가문의 중요 인물인 전성자(田成子)라는 자가 있었다. 그가 군주 간공(簡公)을 살해하고 나라를 잠시 찬탈하였다. 그 사건 가담자에 치이자피(鴟夷子皮)라는 자가 있었다. 정권 찬탈에 실패하여 제(齊)를 떠나 연(燕)으로 갈 때의 이야기이다.

조(趙)나라 땅 망읍(望邑)에 이르렀을 때 관문 통과 증명패인 통관감찰을 짊어지고 따르던 치이자피가 주인 전성자(田成子)에게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학택지사(涸澤之蛇)라는 고사인 뱀 이야기를 했다.

어느 여름날 가뭄에 연못의 물이 말라 버렸다. 연못 속에 사는 뱀들은 다른 연못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메마른 연못에 살던 뱀들이 다른 연못으로 이사를 가려면 마을 앞 큰길을 건너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잡힐 것 같아 망설이고 있었다.

이때 연못에 사는 작은 뱀이 나서서 큰 뱀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앞장서고 내가 뒤따라가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통 뱀인 줄 알고 죽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저를 당신의 등에 태우고 가십시오. 그러면 사람들은 조그만 나를 당신처럼 큰 뱀이 떠받드는 것을 보고 나를 아주 신성한 뱀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 아무런 해도 안 끼치고 오히려 떠받들 것입니다.』

큰 뱀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뱀들은 당당히 사람들이 많은 길로 이동하였습니다. 사람들은 큰 뱀이 작은 뱀을 떠받드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며 뱀들을 건들지 않았고 뱀들은 목적지까지 아무런 장애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치이자피가 전성자(田成子)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주인께서 잘생기셨고 저는 남루하고 못생겼습니다. 제가 주인을 상객으로 모시는 것은 그저 보통 귀한 몸에 지나지 않겠지만 주인께서 저를 모신다면 분명 대단히 귀한 몸으로 우대할 것이니 차라리 주인께서 저의 사인으로 분장하시는 것이 어떨지요?』

전성자(田成子)는 치이자피의 말에 따라 통관감찰을 짊어지고 치이자피를 수행했다. 가까운 객사에 도착하자 객사 주인은 이들의 행색을 보고는 속으로 깜짝 놀라 대단히 공경스러운 자세로 이들을 맞이하였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학택지사(涸澤之蛇)이다.

학택지사(涸澤之蛇)란 물이 바짝 말라 버린 연못의 뱀이라는 뜻으로 내가 높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주변 사람을 무시한다면 결코 나 역시 남에게 존경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아랫사람을 높이는 지혜로서 내가 높아지려면 아랫사람부터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