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꼴지 여학생의 눈물

박남량 narciso 2009. 5. 19. 15:36

 


 꼴찌 여학생의 눈물

           삶의 우물은 글이나 소식을 접하면서
           나를 뒤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왔습니다.
           오늘 상명대 황영애 교수의 글을 읽고는
           함께 하고 싶어 옮겨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살기가 어렵다고 하는 요즈음이다.
           문득 3년 전의 일이 생각난다.
           학사경고를 두 번이나 받고도 졸업고사 때 백지를
           낸 한 여학생을 지도교수로서 면담하게 되었다.
           그녀는 전체 학부생 140명 중 꼴찌였다.
           당시 졸업고사에 백지를 낸 학생들이 많아서
           나는 이미 화가 잔뜩 나 있던 터였다.
           학생으로서 무책임함을 매섭게 나무랐다.
           겉으로나마 반성한다는 대답을 예상했는데
           자기는 좀 잘나가는 과외선생이란다.
           하도 어이가 없어 " 과외도 좋지만
           우선 공부해야 할 때가 아니냐"고 했더니
           그녀는 "그저 겨우 졸업만 할 정도면 된다"고 했다.

           불손하지는 않으나 어쩐지 당당한 태도에
           짚이는 게 있어
            " 그렇게 꼭 돈을 벌어야만 하는 사정이 있니?" 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제야 위암 3기로 수술받은 아버지를
           어머니가 돌봐 드려야 하며 고3인 동생도 있어
           자기가 생계를 혼자 책임지느라 6개나 되는 과외를
           밤낮으로 바삐 뛰고 있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 저는 하나인데
           과외학생들에게는 훌륭한 선생이면서
           동시에 학교에서는 불량학생이 될 수밖에 없는
           기막힌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이 세상에 어떤 일도 이해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뿐이지
           이런 처지가 원망스럽지는 않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전후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야단만 쳤으니
           나이만 어른인 나는 그녀 앞에서 너무나 부끄러웠다.

            " 고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너는,
           아직은 겨자씨처럼 작게 느껴지겠지만 머지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줄 큰 나무가 될 거야.
           물론 너의 행복도 그렇게 커갈 거라 믿는다" 하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지금 그 나무는 얼마나 자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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