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의 기적 민들레 국수집
스스로 찾아오는 봉사자 숨은 후원자들의 성금 누군가 문 앞에 놓고간 쌀, 반찬으로 무료급식 인천 동구 화수동 민들레 국수집의 이야기이다. 이곳의 손님은 노숙자나 쪽방살이처럼 한끼 식사를 때울 곳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요리사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일반 복지시설의 무료 급식소와 비슷한 풍경이지만 다른 점도 많다. 우선 이곳은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다. 문 여는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오면 언제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식권도 없고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신분 확인도 없다. 문 닫을 시간이 됐다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노숙자인 듯 다 해진 슬리퍼를 신고 온 한 남자에게 바로 옆에 작은 건물이 있거든요. 식사 끝내고 거기 가서 맞는 운동화 하나 신고 가세요 라고 하면서 자원봉사자가 안내를 했다.
바로 옆 낡은 건물에는 후원자들이 보내온 각종 옷가지와 신발, 수건, 치약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누구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민들레 국수집이 문을 연 것은 2003년 4월 1일. 모태신앙으로 천주교 수도사가 됐다가 47살에 수도원을 나와 평신도로 돌아온 서영남(徐英男·55) 대표가 수도사 시절 만난 교도소 재소자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만든 것이다.
가난해도 기쁨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 재미있게 살고 싶어 수도사를 그만뒀다는 그는 그때 수중에 있던 작은 돈으로 이 식당을 차렸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오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했다. 그러자 힘들기만 할 줄 알았던 이 집에서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 선착순처럼 줄을 세우면 사람들이 난폭해져요. 그래서 서로 입장을 봐서 먼저 먹을 사람이 먹게 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서로 더 약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거예요."
기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식당 소문이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이름 없는 후원자들이 나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침이면 문도 열지 않은 식당 앞에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쌀 포대나 반찬, 과자 몇 봉지에 음료수가 놓여 있고 전화로 또는 택배로 멀리 전라도에서까지 생선이며 쇠고기가 올라온다.
후원 계좌에도 후원금이 많이 쌓인다. 이 후원금은 급식소와 근처에 있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재소자 영치금 넣어주는 데 쓰인다.
후원회 조직도 명단도 없어 나도 후원자가 몇 명인지 모른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하나도 받지 않고 오로지 후원자들 도움으로 꾸려가고 있다고 서영남 대표는 말했다. 자원봉사자들도 서로 알아서 봉사를 오고 어쩌다 사람이 부족하면 밥을 먹던 사람들이 스스로 자원봉사에 나선다고 했다.
배가 물에 빠졌을 때 힘없는 사람이 먼저 구명보트에 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는데 될 것 같아요 라는 서영남 대표의 말은 이루어질 희망으로 보인다.
- 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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