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기도는 신의 뜻을 헤아리고 자신을 전적으로 투신하는 것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16. 12. 23. 12:43


기도는 신의 뜻을 헤아리고 자신을 전적으로 투신하는 것입니다



18세기에 집필된 작가 미상의 글에 영적 안내자를 찾아 해맸던 러시아 수도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그는 밤낮으로 영혼 구원에 몰두한다는 은자에 대해 들었고 그 은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수도사가 은자에게 말했습니다.
"제 영혼의 길을 안내해 주십시오."

은자가 대답했습니다.
"사람의 영혼에는 각자 고유한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천사가 그 길을 안내해 줍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세요."

"저는 그런 기도를 할 줄 모릅니다. 당신이 저에게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쉬지 않고 기도할 줄 모른다면, 그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세요."

수도사가 화를 내며 외쳤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려 하는군요."

은자가 말했습니다.
"가르쳐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믿음은 수학을 가르치듯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신비를 받아들이십시오. 그러면 우주가 당신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기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까?"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나무를 제자에게 가리키며 그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오라고 했습니다.

제자는 스승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스승이 물었습니다.
"나무가 여전히 살아 있느냐?"

제자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가서 이번에는 나무의 뿌리를 잘라라."

스승의 말에 제자는 나무가 죽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습니다.
"기도는 나뭇가지와 같다. 그리고 나무 뿌리는 믿음과 같다. 믿음은 기도 없이도 존재할 수 있지만 기도는 믿음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인간은 기도해야 하는 존재이며 기도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기도를 통하여 비로소 참되게 인간이 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천사처럼 거룩하게 기도하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그 기도에 하느님과 사람을 사랑하는 겸손한 마음, 자신의 어둠을 뉘우치는 겸허한 마음,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효성스런 마음이 있다면 그건 그대로 천상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마태 21,22)<꽃사진: 옥살리스 사랑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