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구두쇠의 종말

박남량 narciso 2005. 8. 4. 08:55


 

구 두 쇠 의   종 말

 

 




한 구두쇠 양반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돈을 모았습니다.
이제는 한 일 년쯤
안락한 생활을 즐기며 지내야겠다고
마음 먹고 돈 모으기를 중단하자
그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죽음의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구두쇠 양반은
죽음의 사자를 설득하려 하였지만
죽음의 사자는
그의 목숨을 가져 가야겠다며 완강하였습니다.

구두쇠가 말하였습니다.

-더도 말고 딱 사흘만 여유를 주십시오.
그렇게 해 주시면
제 재산의 삼 분의 일을 드리겠습니다.-

죽음의 사자는 들은 체도 않고
그의 목숨을 가져가겠다고 끌어 당겼습니다.

구두쇠가 다시 말하였습니다.

-그럼 딱 이틀만 주십시오.
그러면 제 재산의 삼 분의 이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사자는 역시 단호하였습니다.
재산을 몽땅 내놓은다 해도
단 하루의 여유도 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두쇠는 마지막으로 간청을 하였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제발 글 한 줄 쓸 시간만이라도 주십시오.-

그제서야 죽음의 사자는 그의 청을 들어 주었습니다.
구두쇠는 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얼른 손가락을 물어 뜯어 피를 내서
이렇게 휘갈겨 썼습니다.

-사람들아, 자신의 인생을 살라.
나는 삼 백만 냥이나 갖고 있지만 단 한 시간도
내 인생을 살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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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렇게 끝나 버릴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돈과 바꾼 인생이 무얼 남기겠습니까?
돈, 그 추상적인 것말고는...

인생은 구체적입니다.
인생을 추상화하지 마십시오.
추상화로 끝내지 마십시오.
천국이든 지옥이든 추상화로 도배를 할 지경이니
더 이상 인생을 도배지로 만들지 않으시길.


 

 

 

 

 




출처 동냥그릇/박상준 편저/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