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망 초
꽃
글 / 정 호 승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시래깃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 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바라보며
내 가랑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 만 개망초꽃
'꽃시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0) | 2006.06.19 |
---|---|
석류꽃 / 이해인 (0) | 2006.06.07 |
등꽃 아래서 / 이해인 (0) | 2006.06.04 |
능소화 연가 / 이해인 (0) | 2006.06.02 |
수국을 보며 / 이해인 (0) | 2006.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