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
한 연로한 목사가 죽어 천국에 왔다. 소식을 듣고 마중 나온 천국의 문지기 베드로가 목사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주고 따뜻이 맞으며 말했다.
「 이보시오, 목사님. 그래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그대가 항상 착하고 충직하게 살았기에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천국을 허락하셨소! 그리고 이 천국은 엄청 넓어서 두루 돌아보려면 차가 필요하기에 하느님께서 티코 한 대를 하사하셨소」
베드로가 이렇게 말하며 차 열쇠를 목사에게 건네주었다. 그리하여 천국 신입생이 된 목사는
「 아. 하느님을 믿고 착하게 산 보람이 있구나」
하며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기쁨으로 티코를 몰고 이리저리 구경을 다니는데,
어떤 천주교 신부가 소나타를 몰고 다니는 게 보였다.
기분이 상한 목사가 베드로를 찾아가 따졌다.
「 베드로님! 다 같은 성직자인데 누구는 티고 타고 누구는 소나타 타고 이게 말이나 됩니까」
베드로가 목사를 달래며 말했다.
「 이보시오, 목사 양반. 아시다시피 천주교 신부는 독신생활 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겠소? 그렇게 큰 희생을 바쳤으니 하느님께서 소나타를 하사하신 것이오! 이제 이해가 가오」
머쓱해진 목사는 다시 티코를 몰고 천국을 둘러보는데 마침 유대교 랍비가 그랜저를 몰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또 자존심이 상한 목사는 다시 베드로를 찾아가 항의했다.
「 베드로님! 랍비가 천주교 신부처럼 독신생활로 큰 희생을 치러서 그랬다고는 하지 않으시겠지요? 랍비도 저처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살았는데 도대체 그가 그랜저를 타는 이유는 뭡니까」
베드로는 거칠게 항의하는 목사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속삭였다.
「 쉿, 저분은 예수님의 먼 친척뻘 된다는군요. 같은 유대인으로 피가 섞였다는 거요! 아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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