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날은 올 것인가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것도 있지만 불확실의 시대에 미래에 대한 예측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시대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의 어려움을 헤겔은 미네르바(지혜의 여신)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기 시작한다라고 표현했다.
21세기 한반도의 화두는 통일이다. 과연 통일의 날은 올 것인가.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이념적 분단국인 한반도에 통일이 온다면 그 자체로 세계사적 사건이며 오천년 한국사는 성공한 역사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분단이 강대국의 이해관계 때문이었지만 통일도 난마처럼 얽힌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지난한 작업이다.
한반도 통일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의 태도일 것이다. 19세기 이래의 굴욕적 역사를 청산하고 중화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중국의 가장 큰 장애는 주변이 중국의 패권을 경계하는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인도와 베트남, 동쪽으로 일본 등이고 서부에는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와 신장이 있다. 중국으로서는 한반도가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한반도의 중요성을 표현한다.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이 되면 일본도 중국에 우호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러시아는 동해를 통한 해양진출이 제약받게 되어 중국이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남한은 미국의 영향 하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었다. 그렇지만 30년 후의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향후 30년이 되면 한반도가 분단된 후 3세대가 지나간다. 분단 1세기가 되면 하나의 민족국가를 형성하는 기본적 요건인 역사적 경험의 공통성이 사라져 버리고 통일을 향한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크게 되어 통일의 추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30년 후의 다극화시대에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반도의 통일을 추진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은 독수리가 깃들일 횃대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일본도 한반도의 통일에 시큰둥하다. 앞으로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주변 강대국 간에 현상유지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의 추동력을 우리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우선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부터 자문해 보아야 한다. 통일비용 등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통일을 해야 하는가.
그래도 통일은 해야 한다. 이념에 의한 인위적 분할이 한쪽의 이념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에서 유지된다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부당한 일이다. 통일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의 불안한 경제구조를 보완하는 방대한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자원의 보고인 러시아에 진출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동해안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극동 러시아 진출을 경계하는 러시아로서는 한국이 극동 러시아 개발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남한의 인구가 앞으로 줄어들 것이 예상되므로 통일은 민족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통일의 날은 올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통일을 향한 의지다. 미국의 국방연구소에서 한반도 통일을 2025년으로 예상하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북한의 미래가 안개 속에 있고 돌발변수가 예상되므로 통일의 기회가 의외로 빨리 올 수도 있다. 기회가 오더라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주민들이 남쪽의 동포와 함께 간다는 의지를 가지게 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개성공단은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의 공기를 불어넣는 효과도 있다. 한 번 자유의 공기를 맛본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개성공단을 공단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이 헐값에 마구 가져가는 북한의 지하자원을 확보하는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 북한의 정권과 북한의 주민들에 대한 분리대응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일제의 암흑기에 도산 안창호는 대한독립은 정의(正義)이기 때문에 광복은 된다고 절망한 동포들을 격려하였다. 통일은 정의이기 때문에 되어야 하며 또 될 것으로 생각한다.
변호사 / 이재호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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