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침묵 속에서 찾는 영원의 향기

박남량 narciso 2011. 11. 28. 10:55


침묵 속에서 찾는 영원의 향기


 
침묵은 양선함입니다.
마음이 상했지만 답변을 하지 않을 때
내 권리를 주장하지 않을 때
내 명예에 대한 방어를 온전히 하느님께 내맡길 때
비로소 침묵은 양선함입니다.


침묵은 인내입니다.
불평없이 고통 당할 때 인간의 위로를 찾지 않을 때
서두르지 않고 씨가 천천히 싹트는 것을 기다릴 때
바로 침묵은 인내입니다.


침묵은 신앙입니다.
그 분이 행하도록 침묵할 때
주님의 현존에 있기 위해 세상소리와 소음을 피할 때
그 분이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기에
인간의 이해를 찾지 않을 때
바로 침묵은 신앙입니다.


침묵은 흠숭입니다.
왜 라고 묻지 않고 십자가를 포옹할 때
바로 침묵은 흠숭입니다.

토마스 머턴의 침묵의 귀중함에서 옮긴 영원의 향기입니다.


엄마들이 아가의 서투른 말을 이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말소리보다 뜻에 귀기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듯 사랑은 침묵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입에서 토해지는 말씨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꾸만 거칠고 야비해져 가는 현상은
그만큼 내면이 헐벗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안으로 침묵의 조명을 받고 있기 않기  때문인 것입니다.


묵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안에  고여있는 말씀을 비로소 듣습니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미처 편집되지 않은 성서일 것입니다.
우리들이 성서를 읽는 본질적인 의미는
아직 활자화되지 않은 그 말씀까지도 능히 알아듣고
그와 같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我有一券經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나 활자로 된 게 아니라
펼쳐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네
불경에 있는 말입니다.


일상의 우리들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잡히는 것으로써만 어떤 사물을 인식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저 침묵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잡히지도 않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일체의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한 그 마음에서  대광명이 발해진다는 말입니다.


(꽃사진  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