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대사에 6.25 이후
참담했던 시절의 빛바랜 사진
전쟁은 체면이나 양심 도덕률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곳에 현실로 존재한다
유치원에 다녀야 할 나이의 어린이가
깡통을 들고 거리에 나가
낯선 얼굴들에게 손바닥을 벌려야 했다
나무뿌리라도 먹어야 산다
그리고 잡초보다 모질 게 살아 남아야 했다
아이를 업은 소녀의 손에 쥐어진 나무뿌리는
이 가족의 한 끼 식사일까 아니면 땔감일까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어린 형제가
골목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전란통에 용케도 살아남은 이 소년 소녀들은
경제기적의 한복판을 질풍노도처럼 관통하여
의지의 한국인을 세계에 알리는 주역이 되었다
부모님은 피난통에 돌아가시고
살던 집은 폭격으로 다 부서져 폐허가 된 터에
어린 소년이 버려진 채 눈물을 훔치고 있다
고난의 1950 년대를 몸으로 때우며 살아온
이 민족의 처절한 단면이다
찬 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헛간이라도 좋았다
행색은 초라해도 카메라를 강하게 의식하는
이 초롱초롱한 눈매의 자매들은
지금쯤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개털모자에 항공모함같은 헝겊 군화
곳곳을 기운 이 복장이
1950년대 유년시절을 보냈던
대부분 한국인의 자화상이었다
추위만 이길 수 있다면
누더기가 다 된 솜바지라도 좋다
판자로 얼기설기 엮어 지은 2층 건물
곳곳에 피난민이 바글대고 있다
고함 한번 치면 풀썩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건물 모습이 위기에 처한
조국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엄동설한 추위를 피하기 위한
땔감도 넉넉지 못했던 시대에
두 소년이 끌고 가는 수레에는
한 식구의 온기를 담보하는
행복이 실려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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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알바니아 태생으로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한국전쟁을 취재한 미국의 저명한 사진가
디미트리 보리아(1902~1990)가
주일 미극동사령부 사진반에서 일할 때
한반도 각지를 돌며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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