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식의 함(函)<2>
예를 갖춰 예물과 함께 보내는 함은 전통적인 함을 사용하는 것을 이야기하나 시대에 맞게 문화도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실용적이며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신혼여행용 트렁크에 넣어 보내기도 한다. 실용성을 강조한 합리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예를 갖추어 전통의 격식을 잃지 않으면서 예와 정성을 전해야 하는 마음은 변치 않아야 한다.
다음으로 함을 보내고 받는 예절을 알아보면 신랑 집에서는 봉치떡을 준비하여 시루 위에 혼수 함을 올려놓았다가 함진아비가 신부 집으로 가지고 가게 한다. 함진아비는 도중에 함을 내려놓지 않고 신부 집까지 가야 한다. 신부 집에서는 함진아비가 오는 시간에 맞춰 봉치떡을 준비해 놓고 함진아비 일행이 오면 함을 그 위에 올려놓은 뒤 답례로 함진아비 일행들을 후하게 대접한다. 봉치떡이란 찹쌀에 팥고물을 넣고 가운데 대추와 밤을 박아 만든 떡을 말한다. 봉치떡에 대한 풍속이 있는데 봉치떡에 박은 대추와 밤은 따로 떼어놓았다가 혼인 전날 신부가 먹도록 하는데 이는 아들을 낳기를 기원하는 풍속이라 한다.
함을 메고 갈 함진아비는 남자 쪽 집안에서 신랑의 형제들과 아들을 낳고 금실이 좋은 함진아비와 머슴 등이 함께 했는데 요즈음은 신랑 친구들이 여러 명 가는 것이 관습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신랑의 형제나 친척 어른이 동행을 하고 친구들이 함진아비와 종자 역을 대행하면 합당하다. 그러나 간소하게 또는 소란스러움을 원치 않아 신랑이 직접 함을 메고 신부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경향인데 이 방법도 나무랄 수 없다. 예를 갖춰 정성을 다하면 좋을 것이다.
함은 주로 결혼식 일주일 전 저녁에 들이는데 음양이 교차하는 시간으로 해가 진 뒤 함진아비가 청사초롱을 밝히면서 신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음양의 화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을 들이는데 함진아비들이 함을 판다며 동네를 시끄럽게 하며 시간을 지체하며 수고비를 많이 요구하는데 시대가 변하였다지만 이것은 잘못된 폐풍이다. 이러저러한 불협화음으로 찜찜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음식을 대접받고 약간의 수고비이면 좋지 않을까.
함 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시대에 맞게 문화가 변하는 것이기에 당연하다지만 전통의 함 문화를 이해하고 전통의 격식을 잃지 않으면서 예와 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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