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은 장애물이 아니었다
장애인 특수학교인 진주혜광학교 도예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강성채(20)씨의 취미는 컴퓨터로 동물과 곤충의 그림을 보는 것이다. 워낙 몰입해 누가 방해하거나 못 보게 하면 갑자기 마구 소리를 지른다. 강씨의 병명은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 이른바 자폐증이다.
강씨는 지난달 제3회 전국장애인 도예공모전에 작품 - 아프리카 아프리카 -를 출품해 대상을 차지했다. - 아프리카 아프리카 -는 그가 좋아하는 아프리카 동물들을 도자기 100여 점으로 구워 군집으로 구성한 작품. 세밀한 묘사와 역동성 있는 질감이 자폐증 장애인의 작품으로 보기 힘들 정도라는 게 비장애인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비장애인 공모전에서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자폐증은 도자기를 만드는 강씨에게는 핸디캡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됐다. 강씨의 작품 대상인 동물 사진을 강씨가 관찰하는 시간은 평소에도 하루 1~2시간이 넘었다. 강씨를 지도하는 김석희 선생님은 한 가지에 몰두하는 자폐증이 도예를 전공하기에는 오히려 장점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진주의 큰 병원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서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옮겼다. 일반학교에서는 문제아였던 그가 진주혜광학교에 진학하면서 날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는 증상은 여전히 종종 나타났지만 이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강씨를 혼내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사진을 한없이 바라봐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학교 전문대 과정의 도예과에 진학했고 이번에 큰 대회에서 자폐증 장애인으로는 드물게 대상까지 차지했다.
강씨의 어머니 김승옥 씨는 아들이 나중에 뭐 하며 살 수 있을까 절망적이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맘이 놓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 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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