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일곱 개의 알사탕

박남량 narciso 2005. 9. 2. 09:14

 

일 곱   개 의   알 사 탕





                 어느 사형수의 이야기입니다.

                 살인죄를 저질러 사형집행을 눈앞에 두고 있던
                 사형수는 사형이 확정된 후 뒤늦게나마
                 자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한 삶들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 죽음의 질곡 속을 수 없이 넘나들던 그에게는
                 피붙이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어
                 면회 한번 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간간이 교도소에 위문 온 사람들만 만날 수 있었을 뿐
                 그는 기약없이 
                 이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외롭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그의 사형집행 날이 되었습니다.
                 묵묵히 죽음을 맞는 그의 모습은
                 수십 년 수도생활을 한 수행자의 그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그가 수감되어 있던 감방 안에서
                 노란 서류봉투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속에는 일곱 개의 알사탕과 편지 한 장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범죄 행위로 죽음을 당한 이들에게
                 보답할 길이 없음을 뉘우치며 시작된
                 그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그 동안의 모든 업보를 짊어지고
                  이 세상을 벗어납니다.
                  참으로 고통과 애증 속에 점철된 삶이었습니다.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한 한없는 가책을 느끼며
                  나의 죽음으로 그 죄가 씻겨지고
                  죽은 이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나를 용서할 수 있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내가 죽은 후에 내 묘를 써줄 사람에게
                  이 사탕을 주십시오.
                  사탕은 교도소에 위문 왔던 친절한 사람들이
                  나에게 주고 간 것입니다.
                  사탕을 먹고 싶은 마음은 참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나를 위해 고생해 줄 사람들에게
                  아무런 보답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탕을 교도관 몰래 감추어 두었던 것입니다.
                  이 사탕은 내가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남긴 재물이니
                  내 묘를 쓰는 데 수고한 사람들에게 꼭 나누어주십시오.
                  죽을 때까지도 빚을 지고 죽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가 교도소에서 배운 인생철학입니다.
                  뒤늦게 이것을 깨닫게 된 것이 부끄럽습니다.
                  제 소원을 꼭 들어주십시오.

                  그는 알사탕 일곱 개를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보답으로 주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던 것입니다.















 

 

 

 

 

 

 

 

 

 

 

 

 

출처 생활성서 200402 소금항아리

'삶의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크라테스의 답변  (0) 2005.09.06
일주일의 의미  (0) 2005.09.05
김종원의 물처럼만 살아라  (0) 2005.09.01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0) 2005.08.31
리사님의 수채화  (0) 200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