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홍도의 <무이귀도(武夷歸悼)>

박남량 narciso 2017. 1. 4. 14:45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1806 )
 <무이귀도(武夷歸悼)>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의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 중 무이귀도(武夷歸悼)는 대만의 대안(對岸)에 해당하는 중국의 복건성(福建省) 건녕부(建寧府)에 있는 명산입니다. 한무제(漢武帝) 때부터 무이군(武夷君)이라는 신선이 살았다하고, 송대(宋代)의 신선(神仙) 옥섬(玉蟾) 갈장경(葛長庚)이 이 산속에 숨어 살았다고도 하는 신비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무이산(武夷山) 계곡을 노 저어 돌아온다는 유람의 화제를 그린 그림입니다.


36봉(峰) 37암(岩)의 기암절벽이 빼어나게 솟아 굽이쳐 흐르는 아홉 구비의 계곡이 유명하여 '무이구곡(武夷九谷)'이라는 이름이 붙은 복건성(福建省)  제일의 명승지입니다. 남송(南宋)의 주희(朱熹 1130-1200)가 노래한 무이구곡가(武夷九谷歌)만큼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구곡(九谷) 중의 어디를 그렸는지 언뜻 알기는 어렵습니다. 띠나 부들 따위로 엮어 배 위의 방을 덮은 배를 가리키는 뜸집배 안에 상반신을 드러낸 채 절경을 보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 주희(朱熹)의 단아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사공들의 행색은 조선 사람의 행색이어서 이 그림은 당시 풍미하던 조선(朝鮮) 중화(中和) 사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그림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무이구곡가(武夷九谷歌) - 주희(朱熹)

一曲溪邊上釣船(일곡계변상조선) 慢亭峰影잠晴川(만정봉영잠청천) 虹橋一斷無消息(홍교일단무소식) 萬壑千巖鎖暮煙(만학천암쇄모연)
첫째 구비 산여울 낚시 배에 오를 적 / 만정봉 여린 경치 물속에 영롱하다 / 홍교가 끊긴 뒤에 소식이 감감하더니 / 만학고 천암엔 안개만 자욱하구나.

二曲亭亭玉女峰(이곡정정옥여봉) 揷花臨水爲誰容(삽화임수위수용) 道人不復陽臺夢(도인불부양대몽) 興入前山翠幾重(흥입전산취기중)
둘째 구비 옥녀봉 저다지 정정한데 / 뉘보라 꽃들은 물위에 드리웠던가. / 도사는 꿈속에서 낭만을 버렸으니 / 흥겹도다. 푸른산 몇 겹을 들어갈고?

三曲君看架壑船(삼곡군간가학선) 不知停棹幾何年(부지정도기하년) 桑田海水今如許(상전해수금여허) 泡洙風燈敢自燐(포수풍등감자인)
셋째 구비 그대는 가학선을 보았는가. / 뱃놀이 못한지 그 몇 해이런가 / 상전이 벽해 될 걸 이제서야 알 만하니 / 부질없는 내 심사 가엽기 그지없다.

四曲東西兩石巖(사곡동서양석암) 巖花垂露碧藍參(암화수로벽람삼) 金鷄叫罷無人見(금계규파무인견) 月滿空山水滿潭(월만공산수만담)
넷째 구비 동서로 마주선 두 바위에 / 암화에 이슬 맺혀 영롱히 드리웠구나. / 사람 못 보아도 금계는 알겠지 / 물찬 못과 공산은 달빛만 가득 하도다.

五曲山高雲氣深(오곡산고운기심) 長時煙雨暗平林(장시연우암평림) 林中有客無人識(임중유객무인식) 款內聲中萬古心(관내성중만고심)
다섯 구비 산 높고 구름 짙은데 / 종일토록 평림은 연무로 자욱하네. / 임중의 나그네를 그 누가 알랴만 / 어여차 뱃노래에 영원을 되새긴다.

六曲蒼屛堯碧灣(육곡창병요벽만) 茅茨從日암紫闕(모자종일암자궐) 客來倚櫂巖花落(객래의도암화락) 猿鳥不驚春意閑(원조불경춘의한)
여섯 구비 창변을 흐르는 여울가에 / 진종일 다하도록 바깥 세상 모를 적 / 객이 와서 노 저으니 바위엔 꽂이 지고 / 원숭이와 새소리에 봄날은 저문다.

七曲移船上碧灘(칠곡이선상벽탄) 隱屛仙掌更回看(은병선장갱회간) 却坮昨夜峰頭雨(각대작야봉두우) 瀑得飛泉幾度寒(폭득비천기도한)
일곱 구비 배 옮겨 푸른 여울 오를 제 / 은병과 선장이 아쉬워 돌아본다. / 대를 부술 듯 봉두에 밤비는 내려 / 쏟아지는 물줄기 이토록 차울가

八曲風煙勢欲開(팔곡풍연세욕개) 鼓樓巖下水榮洄(고루암하수영회) 眞言此地無佳景(진언차지무가경) 自是遊人不上來(자시유인불상래)
여덟 구비 쌓인 안개 바람에 걷히고 / 고루암 아래는 물길이 구비 친다. / 이보다 좋은 경치 어디 또 있을까 / 사람이면 저마다 여기서 놀 수 있으랴

九曲將窮眼豁然(구곡장궁안활연) 桑麻雨露靄平川(상마우로애평천) 漁郞更貢批源路(어랑갱공비원로) 除是人間別有川(제시인간별유천)
아홉 구비 마지막 시야가 트이니 / 들판의 상마는 아지랑이에 쌓였도다. / 어부들은 도원경을 수없이 찾았지만 / 이와는 별천지를 본적이 없었노라.

短卓長蓑九曲灘(단탁장사구곡탄) 晩來閑弄釣魚竿(만래한롱조어간) 幾回欲過前灣去(기회욕과전만거) 却파斜風特地寒(각파사풍특지한)
도롱이를 허리에 차고 아홉 구비 여울에서 / 저물도록 고기 낚시를 즐길 때 / 욕심을 못 버리고 물 구비 지나는데 / 아서라 스치는 바람 차갑기만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