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례에도 연인의 날이 있었을까
봄은 청춘 남녀의 계절이라 할 만하다. 사랑의 축제일이라는 연인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에는 2월 보름께 젊은 아가씨의 이름을 적은 종이 쪽지를 상자에 넣고 같은 숫자의 젊은 총각들이 뽑아 짝지어 주는 루페르카리아 라는 축제의 날이 있었다. 발렌타이 데이 역시 연인의 날이다.
남녀 칠세부동석이라 하여 만남에 엄격했던 우리나라에도 연인의 날이 있었다.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이날 옛 청춘남녀들은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숨어서 은행을 나누어 먹고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렸다가 은행나무를 돌며 정을 쌓았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있는데 서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사랑의 결실 열매를 맺기에 순결한 사랑과 천년을 이어지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나무다.
정월대보름도 연인의 날이라 할 만하다. 여염집 규수들이 일 년 중 딱 한 번 탑돌이를 하기 위해 외출을 허락받은 날이 있었으니 그날이 정월대보름이었던 것이다. 탑돌이를 하다 청춘남녀가 만나기도 했다.
또 일 년에 한 번 견우성과 직녀성이 은하수 건너 만난다는 칠월칠석 역시 우리 겨레의 연인의 날이라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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