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인생의 편지 51편 담긴 희망편지
차가운 세상을 훈훈하게 덥혔던 희망편지들이 책으로 나왔다. 문이당의 희망편지가 그 책이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31일까지 신문을 통해 배달됐던 희망편지와 투고된 편지 가운데 추려 묶었다.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영희(47)씨 키는 2m5㎝. 대한민국 최장신 여성이다. 그 큰 키 덕분에 1984년 국내 여자실업농구 점보시리즈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그러다 1987년 뇌종양으로 쓰러져 홀연히 은퇴했다. 코트에서는 훨훨 날던 김씨지만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여성에게 사회는 냉정했다. 작년 말 조선일보에 보낸 희망편지에서 그녀는 그 고통스러운 시절 어두운 단칸방에 커튼을 내린 채 무작정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고 돌이켰다. 그냥 죽겠다고 결심한 그녀를 병원과 거인증재단이 끝없이 설득하며 치료비를 지원해줬다.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다. 약도 못 쓰고 죽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세상의 도움으로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하지 않는가. 받기만 하다가 죽으면 그게 사람인가.. 마음을 고쳐 먹고 김씨는 두려움 속에, 대문을 열고 놀이터로 나갔다. 뙤약볕 아래 깡소주를 마시며 홀로 사는 노인들이 놀랐다. 구멍가게에서 안주를 사서 대접했다. 닷새를 굶은 노인을 식당으로 데려가 밥을 대접했다. 그녀가 말했다.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까 세상이 나한테 왔어요. 김씨는 그날 이후 외로움과 두려움 대신 기쁨이 밀려왔다고 했다. 괴물보듯 하던 이웃들이 가족처럼 가까워졌어요. 죽을 때까지 약과 주사에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는 몸이지만 마음만은 감사와 평화로 가득합니다. 희망편지에는 폐상자를 모아 80세 노모를 모시는 뇌성마비 장애 여성의 천사미소 이야기도 있고, 사채의 덫에 걸려 자살을 결심했다가 뜨거운 가족애로 뭉쳐 10년 만에 다시 세상과 함께 걷기 시작한 막노동꾼의 이야기도 있다. 사는 방식도,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보낸 편지들이 외치는 함성은 하나다. 희망을 가지세요. 그 자신이 희망편지의 필자였던 신동근 시인은 편지집 서문에서 삶이 없다면 절망의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며 희망의 뿌리는 절망이며, 절망은 곧 세상에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오늘 이 책에서 삶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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