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영등포 슈바이처 선우경식 박사님 별세

박남량 narciso 2008. 4. 18. 17:08

 


 영등포 슈바이처 선우경식 박사님 별세

노숙자와 행려병자 돌보는데 평생 바쳐

         노숙자와 행려병자 등 헐벗고 소외된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하며 영등포의 슈바이처로 불려온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이
         18일 오전 4시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별세했다.

         선우 원장은 가톨릭의대를 나와 미국유학을 마치고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내과 과장을 지냈다.
         그러나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1983년 신림동
         철거민촌 의료봉사를 계기로 안정된 미래를 접었다.

         1987년 요셉의원이 신림동에 설립될 때부터
         1997년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으로 옮겨온 이후에도
         노숙자와 행려병자를 돌보는데 인생을 바쳤다.
         요셉의원에서는 21년간 연인원 40여만명이
         무료로 진료를 받았다.

         그의 희생과 봉사에는 수많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후원자들이 동행했다.
         또 전직 외교관 이동진씨는 요셉의원을 돕기 위한
         잡지 착한 이웃을 발행해 4년여 동안 거액을 기부했다.

         이중섭미술상 수상작가인 서양화가 김경인씨는
         뜻을 같이 하는 화가들과 함께 요셉의원을 돕기 위한
         자선 전시회를 수 차례 개최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등이 요셉의원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희사한 것은
         대부분 선우 원장의 희생에 대한 감동 때문이었다.

         선우 원장은 생전에 처음엔 3년만 다시 2년만 하다가
         여기까지 왔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선우 원장과 요셉의원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할 만큼
         그는 요셉의원에 모든 것을 바쳤다.
         한 해, 두 해 미루다 보니 결혼시기도 지나버렸다.

         집은 선친이 1960년대에 지은
         서울 길음동 단독주택에 그대로 살았으며
         장남임에도 노모를 모시는 생활비는
         미국 사는 누님과 동생들의 신세를 졌다.
         그는 노숙자·행려병자들이 자립, 자활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를 잊었다.
         지난해 10월 요셉의원 2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자립한 두 남성에게 격려장을 주면서
         이 분들이 요셉의원의 보배 중 보배라며 기뻐했다.

         호암상(2003년) 국제로타리 창립 100주년 기념
         특별 사회봉사상(2004년) 등을 수상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희생하던
         선우 원장은 정작 자신 몸의 병은 놓쳤다.
         바쁜 진료 때문에 위 내시경 검사를 5년간 거르다가
         2006년 10월 위암 진단을 받았다.
         절제 수술에 이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컨디션이 좋아지면 반드시 병원을 찾았던 그는
         결국 지난 15일 뇌출혈로 쓰러져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18일 발표한 애도메시지를 통해
         선우 원장님의 평생은
         마치 살아있는 성자와도 같았다며
         그처럼 훌륭한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폐인이 다 된 사람이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어요.
         취직이라도 해 바나나 한 봉지 사 들고 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 맛을 알면 이 일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죠.
         라고 봉사정신을 일깨워 주던 그는
         그리고 주머니가 부르면 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라고 주변에 말해 왔던 그는          
         의사자격증 하나만을 남긴 채 63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주님께서 기쁨으로 박사님을 맞아주실 것입니다.
         선우경식 박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 21일 오전 9시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될 예정이며 빈소는 강남성모병원 영안실에 마련됐다.- 


.                                                            - 기사출처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