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암환자의 선물
암이 말기에 접어든 환자가 있었다. 병원의 의사들은 완전히 포기를 했기 때문에 그녀를 퇴원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신의 은총뿐이었다.
그녀는 몹시 말랐고 온 몸엔 참기 어려운 고통이 왔다. 그러나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갔다. 죽음을 준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선물을 사서 정성껏 포장을 했다. 그리고 깨알같은 글씨로 그 동안의 추억 고마웠던 일들을 쓴 카드도 한 장 붙였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 또는 의사나 간호원, 다른 환자 등 그 동안 알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낮 동안에는 이렇게 선물을 사고 지쳐서 집에 돌아 오면 해가 질 무렵까지 카드 속에 글을 썼다. 때로는 눈물로 얼룩진 카드가 되기 십상이었다. 그렇게 날이 갈수록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는 선물이 쌓여 갔다. 죽은 다음에 선물들을 나누어주라고 부탁해 놓았던 것이다.
그녀는 하느님께 기도를 했다.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빠짐없이 준비하기 전까지는 목숨을 부지시켜 달라고. 하느님은 그녀의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그녀는 담당 의사가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가냘픈 목숨을 연장시켜 갔다. 매일 저녁이면 그녀는 다음 날 선물할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를 위한 기도를 했고 준비할 선물에 대해 또 쓰고자 하는 추억과 감사의 글에 대한 생각을 하다 잠들고는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선물이 방안 가득 차게 되었다. 이제는 적어도 그녀가 아는 모든 사람을 위한 선물과 편지가 준비된 것 같았다. 그녀는 이제는 죽어도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이제는 데려가도 좋으시다는 것을. 그간 생명의 시간을 연장해 주셔서 고맙다는 것을. 특히 고통을 잊기 위해 다른 환자들이 마약 성분의 진통제 주사를 맞는 것에 비하면 자신은 그런 것 없이도 견딜 정도의 고통만을 주신 것에 더없이 감사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아직 창 틈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 밖으로 나가 또 선물을 샀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 즉 가까운 곳에 있는 고아원의 불쌍한 아이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카드 속의 글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썼다. 그렇게 매일매일 그녀는 고아원뿐 아니라 양로원, 시립 병원 등 불쌍하다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 또는 그들을 위해 선물을 사고 또 글을 썼다.
그때로부터 십 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아직 살아 있다. 진찰 결과 암세포는 어디로 갔는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의사들은 이미 기적의 한계를 넘었다고 했고 그녀의 선물 준비하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방안에 더 이상 선물을 둘 곳이 없어 그녀는 이미 한차례 그간 준비한 선물들을 임자들에게 모두 나눠준 바 있고 지금 준비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위한 것들이었다. 선물값 준비를 위해 그녀는 다시 일을 시작한지 이미 오래 되었고 하느님께 덤으로 받은 인생을 정성스런 선물로 갚고 있는 것이다.
- 100편의 시가 있는 이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