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썩지 않은 곳이 어디일까?

박남량 narciso 2014. 4. 28. 09:23





자신을 꾸짖으며 깨달음을 얻어야 할 정치인들이
타인을 꾸짖으며 허물을 벗으려 열중하는 모습만이 보인다면 심한 표현일까?
지금 누가 누구를 탓하고 있습니까?

썩지 않은 곳이 어디일까?

프랑스의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장 드 라 퐁텐(Jean de La Fontaine 1621-1695,) 우화 한 토막입니다.

흑사병이 유행하여 많은 동물들이 잇따라 쓰러져 나갔습니다.
마침내 동물들의 왕인 사자는 동물들을 소집한 다음 꾸짖듯이 말했습니다.

"이 불행이 하늘이 우리에게 내리신 벌입니다.
우리들 중에서 가장 죄가 많은 자가 마땅히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구차한 변명은 말고 솔직하게 이 자리에서 죄를 참회해야 합니다."

사자는 임금답게 제일 먼저 자기가 죄도 없는 양뿐만 아니라 양몰이꾼까지 잡아먹었다고 참회했습니다.
그러자 아첨꾼인 여우가 말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너무 양심적입니다.
그 천한 양이야 임금님의 밥이 되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또 양몰이꾼도 평소에 짐승들을 깔보았던 만큼 고통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그러자 뒤를 이어 호랑이, 곰, 표범 등 실력자들도 적당히 자기 죄를 얼버무리며 참회했습니다.
이윽고 나귀의 차례가 왔습니다. 나귀가 말했습니다.

"언젠가 저는 스님의 땅을 지나치다 너무나도 배가 고파 풀을 뜯어 먹었습니다.
제게는 그럴 권리가 없는 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물들은 입을 모아 유죄(有罪)라고 외쳤습니다.
서기(書記)인 늑대는 불행의 원인인 나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자기 자신만 용서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리고 가엾은 나귀만을 꾸짖으며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웠습니다.

이 우화는 바로 짐승보다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