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표기를 Pusan으로 환원할 것을 제안한다
(시론) Pusan과 Busan
한 도시 두 가지 표기, 시민·외국인들 혼란
표기법 현실과 달라…영어식 표기 손봐야
부산신항의 영문 공식 명칭은 Pusan New Port(부산 뉴포트)이다.
부산신항주식회사는 P.N.C이다.
그런데 부산항만공사의 명칭은 BPA(Busan Port Authority)이다.
부산을 상징하는 부산항의 로마자 표기가 Pusan과 Busan으로 다르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 두 개의 도시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고,
부산시민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명칭은 PIFF(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이다.
그런데 PIFF가 열리는 해운대에서 역시 개최되는 미술축제인
부산 비엔날레(Busan Biennale)에서는 Busan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면
도로표지판에 Busan New Port라는 영어 표기가 나온다.
부산신항의 공식 명칭이 Pusan New Port 인데 표지판의 표기는 무엇인가.
부산은 개항 이래 오랫동안 영문을 Pusan으로 표기해 왔다.
부산항의 대외적 명칭은 Pusan Port이며
부산항은 부산의 고유한 브랜드이다.
한글의 로마자 표기는 외국인을 위한 것이지 내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외국인에게 부산이 Pusan으로 들린다면 Pusan이 맞는 것이다.
입을 벌리고 하는 자연스러운 발음을 외국인들에게
억지로 입을 오므리고 "B"라고 발음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영어의 P와 B는 전혀 다른 발음인 것이다.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박태환은 세계적 스포츠선수들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Park라고 표기하지 Bark로 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에게 박은 Park로 들리기 때문이다.
박씨 성을 가진 분들은 외국에 가서 Bark로 쓰고 있지 않을 것이다.
Bark는 영어로 "개 짖는 소리"를 뜻하기 때문이다.
부산 경남을 통칭하여 P.K라고 하지 B.G라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P.K가 자연스러운 발음이기 때문이다.
Pusan을 Busan으로 바꾸게 된 것은
1997년 국립국어연구원의 시안에 따라
2000년 정부가 고시한 "로마자표기법"때문이다.
이 안은 영어학자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은 안이었다.
19세기 독일법학계의 태두 사비니는
언어나 관습 등 민족 공동체의 삶의 일부인 것은
입법자의 자의에 의하여 억지로 법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현행 표기법에 의하면 Korea는 Gorea로 표기해야 한다.
이 표기법이 로마자의 원리에 맞지 않는 예가
Seoul의 eo를 "ㅓ"로 표기하도록 한 점이다.
영어에서 eo를 "ㅓ"로 발음하는 단어는 전혀 없다.
eo는 "이"로 발음되는 것이 원칙이다. People이 예이다.
Seoul도 영어로 "소울"로 발음된다.
1984년의 문교부의 표기법에 서울의 "ㅓ"는 o로 쓰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맞다.
그런데도 서울은 고유의 브랜드라는 이유로 고치지 않았고
결국 현행 표기법에서
Seoul이라는 표기를 살리기 위하여 뜬금없는 법칙을 만든 것이다.
허씨 서씨 전씨 성을 가진 분들은 표기법에 따른다고 "ㅓ"를 eo로 하면
외국인이 히, 시, 지로 발음하게 되므로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서울이 고유의 브랜드라면
당시 세계 3위의 항만도시였던 부산은 국제적인 브랜드가 아니었던가.
부산대학교 부경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등 부산의 유수한 대학들은
지금도 Pusan이라는 표기를 쓰고 있다.
성(姓)씨의 경우 김이박은 표기법의 Gim I Bark이 아니라
모두 Kim Lee Park으로 쓴다.
결국 현행 표기법은
이치와 현실 모두에 맞지 않는 유명무실한 것이다.
2000년 당시 부산시가 현행표기법을 너무 쉽게 받아들여
100년의 브랜드를 포기한 것은 아쉬웠다.
영어에서 P로 시작되는 단어는
Progress(전진) Plane(비행기) Pursuit(추구)등
진취적 의미를 가진 단어가 많다.
반면 B로 시작되는 단어는
Barrier(방벽) Barricade(방책) Blockade(봉쇄)등
방어적 의미를 가진 단어가 많다.
영문표기를 Busan으로 바꾼 후
부산이 제2도시 방어에 급급하게 된 것은 묘한 일치이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파도치는 부산의 이미지에는 Pusan이 맞다.
부산의 표기를 Pusan으로 환원할 것을 제안한다.
부산시와 부산시민들의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 / 변호사 이재호
'삶의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어 표기법을 개선해야 한다 (0) | 2009.10.22 |
---|---|
삶은 영원한 물음표 (0) | 2009.10.21 |
부족함 과 행복 (0) | 2009.10.19 |
넘쳐나는 신조어 세대간 소통을 막습니다 (0) | 2009.10.19 |
자신의 잘못을 발견하기란 어렵습니다 (0) | 2009.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