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을 다투는가? 부싯돌 속 불빛처럼 빠른 세월에 맡긴 몸 부유하면 부유한 대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즐기리 입을 열고 웃지 못하면 그가 곧 바보라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의 시다. 이백, 두보와 함께 당나라 3 대 시인 중의 한 명이다. 지식인에게 사랑받았던 이백, 두보의 시와 달리 백거이의 시는 서민들에게 사랑받았다. 글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그의 시를 외웠고 그의 시를 베껴 배나 절의 기둥 벽에 붙였다. 심지어 그의 새로운 시가 나오면 사람들이 시를 베껴 쓰기 위해 종이를 사가는 바람에 장안에 종이가 바닥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였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백거이는 운이 좋게도 살아 있을 때부터 시인으로서 대단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새로운 시를 지으면 허드렛일을 하는 노파에게 가장 먼저 읽어주었다. 한마디로 백거이는 가장 무지한 사람에게 자신의 시를 평가하게 한 것이다.
시를 다 읽어주어도 노파가 눈을 둥그랗게 뜨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 백거이는 다시 붓을 들고 더 쉬운 한자를 찾아 적었다. 그러고는 또 노파 앞에서 시를 읊었다. 노파가 다시 고개를 저으면 그는 더 쉬운 한자를 찾고자 고민을 거듭했다. 그처럼 백거이는 노파가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수없이 고치고 다듬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오늘보다 못한 내일은 있을 수 없다.
- 좋은 생각 -
백거이는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풍자시를 계속 짓기도 하였다. 벼슬을 하기도 했으나 권력투쟁이 더욱 심해지는 것을 보고 시와 술과 거문고를 세 벗으로 삼고 유유자적하는 나날을 보냈다. 75 세 때 죽어 향산사 옆에 묻혔다. 현재에도 중국은 물론 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높이 평가되어 읽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