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칼과 날카로운 칼
어느 절에 덕망 높은 큰스님이 있었다. 하루는 큰스님이 수행 중인 두 스님을 불렀다. 큰스님은 두 스님에게 칼 두 자루를 건네주면서 칼이 잘 들도록 벼리는 사람을 상좌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두 스님은 칼이 잘 들도록 벼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날 한 스님이 칼을 벼리다가 그만 손끝을 베이고 말았다. 순식간에 핏방울이 맺히더니 땅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 순간 스님은 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닫고 한동안 묵묵히 칼을 바라보았다.
그 무렵 다른 스님은 개울가에 앉아 칼을 더욱 날카롭게 벼리고 있었다. 너무 날카로워서 칼에 닿는 모든 것이 두 동강 날 것만 같았다.
며칠 뒤 큰스님은 두 스님을 불렀다. 칼을 얼마나 잘 버렸는지 나에게 보여 주겠는가? 두 스님이 내놓은 칼은 무척 달랐다. 한 스님 것은 큰 스님이 줄 때보다 칼이 무디어져 있었고 다른 스님의 것은 칼날 위에 앉은 파리가 다칠 정도로 날카로웠다.
칼날을 날카롭게 벼린 스님은 당연히 자기가 상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껏 어깨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큰스님은 칼을 더욱 무디게 만든 스님에게 상좌자리를 맡겼다. 뜻밖의 결과에 당황한 스님들의 표정을 보고 큰스님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스님은 모든 사물을 잘 벨 수 있도록 많은 정성을 기울여 칼을 잘 벼렸지요.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과제에서 중요한 건 칼을 벼리는게 아니었습니다. 칼을 벼리는 과정에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고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물의 이면을 본 스님에게 상좌자리를 맡긴 겁니다.
- 좋은 생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