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련
글 / 류 시 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 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류시화 (본명 : 안재찬 1959)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0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80~1982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
1983~1990 작품활동 중단, 구도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작업을 하다.
<성자가된 청소부>,<장자, 도를 말하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등 40여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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