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머나먼 나라로 누구와 함께 갑니까?

박남량 narciso 2011. 12. 6. 11:30

 


머나먼 나라로 누구와 함께 갑니까



네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입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과도 같습니다.


셋째는 그와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합니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합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셋째는 말합니다.
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 없습니다.- 라고....


그는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넷째는 말합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갑니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합니다.
아내들은 살면서 우리가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첫째 아내는 우리의 육체를 말합니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합니다.
든든한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 못합니다.


셋째 아내는 일가 친척, 친구들입니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문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우리를 잊어버립니다.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뿐입니다.
어두운 땅속 밑이든 어디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든
마음이 앞장서서 우리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우리를 데리고 갈 것이고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가던 길이 밝고 환한 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우리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랑을 베풀었는가
죽고 난 뒤보다 더 중요한 것입니다.

(꽃사진  우단동자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