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나는 죽어서 아내의 가슴에 묻히고 싶습니다 / 김요한

박남량 narciso 2005. 7. 26. 01:12
 

 
 

아내의 용서

-나는 죽어서 아내의 가슴에 묻히고 싶습니다-


                                             

                                              지은이 / 김 요 한



 

 

기차가 마을에 가까울수록 사나이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은 사정 없이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왜 그리 슬피 우십니까?
까닭을 이야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사나이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오늘 감옥에서 풀려 나오는 길입니다.
그리고 사나이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집에는 아내와 아들 둘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내와 아들들은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동안 나는 다섯 번이나 감옥에 갔으며
오늘 다섯 번째로 감옥에서 나오는 길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는 이제 당신의 남편도 아니고 아이들의 아버지도 못 돼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요.
그러나 아들과 당신의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으니
마지막으로 이 기차 시간에 맞추어
마을 역까지만 나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기차를 탄 채로
아내와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니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오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사나이는 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기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아내와 아이들이 당신을 용서해 준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그러나 사나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내는 착한 여자입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나는 남편도 아버지도 될 수가 없습니다.
감옥 생활만 20년을 했으니까요.
그래도 당신을 용서한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그러자 사나이는 대답했습니다.
죽어야 되지요. 죽어서 아내의 가슴에 묻히고 싶습니다.
기차가 어느새 마을 역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역에 가까워지자 사람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나이는 창문을 통해 아내와 아들들의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때입니다.
사나이는 눈부시게 펄럭이는 하얗고 큰 깃발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깃발을 들고 선 두 아들의 모습과 아내를 보았습니다.
깃발에는 크고 노란 글씨로
-사랑하는 아버지! 어서 오십시오- 하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들이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손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나이는 가슴이 막히고 통곡이 나왔습니다.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군요!
보십시오, 정말로 훌륭한 아내와 아들입니다.
사나이는 대답도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출처 부부들의 사랑이야기(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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