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되고 싶은가
루푸스 왕은 무남독녀 시벨리나가 있었지만 그라트니아의 왕위를 물려줄 아들이 없었다. 나라의 법과 관례에 따라 오직 남자만이 그 자격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왕은 딸을 위해 좋은 남편일 뿐 아니라 훌륭한 통치자 될 남자를 찾기로 했다.
루푸스 왕이 선발시험을 공표하여 결선에 오른 세 사람을 만나 공정하고 어질며 현명한 왕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품성은 유능한 왕에게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내 그대들에게 완벽하게 공정하고 어질며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삼년의 여유를 주겠다. 그대들은 멀리 여행하여 세 가지 필수 성품을 계발시켜 돌아오면 최종시험을 보고자 한다. 그대들 중 누가 되든 그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내 딸도 내 왕좌도 얻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작은 주머니 거울을 하나씩 주면서 과제를 도와 줄 것이다라고 하였다. 세 사람은 케이스와 커크와 케빈이었다.
케이스와 커크는 모든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영리하고 더 빈틈없으며 더 노련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루푸스 왕이 결국 시험할 것은 무엇보다도 자기들의 지능일 거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과제를 도와 줄 것이라며 왕이 준 작은 주머니 거울은 아무런 쓸모도 찾지 못한 채 버리고 말았다.
한편 케빈은 거울이 자기 과제를 도울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처음엔 자신이 직면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만 받아들였으나 얼마 후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여 어려운 결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나는 누구인가? 자문했다.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또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게 진정 가치 있는 건 무엇인가? 지금까지 나는 늘 자문했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고.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달렸어. 나는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되고 싶은가 하는 문제 말이야. 그것을 결정하기만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쉽게 알게 될 것이라고 오랜 기간 동안 그의 행위는 전체를 좌우했다. 그 결과 그는 눈앞의 이익을 기꺼이 희생할 것을 스스로 요구하게 되었다.
3 년이 그렇게 지난 후 최후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 모두 그리트니아로 돌아왔다. 최후의 시험을 치르는 날이 왔다. 왕은 결선에 나온 세 사람들에게 금화 스무 냥이 든 지갑을 각각 주면서 세 거지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어질게 현명하게 금화를 나누는 방법을 찾아 내도록 하였다.
케이스는 세 거지에게 각자 여섯 냥씩 나누어 주고 나머지 두 냥은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거지들은 공정한 대우를 받았으니 불평이 있을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다. 루푸스 왕은 거지들 중 누구에게도 더 많은 돈을 주지 않은 것은 공정하나 돈을 전부 처분하지 않고 일부를 자기 몫으로 남겨 놓은 점에서는 거지들이 나머지 두 냥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겠다며 그는 어질지도 현명하지도 않다고 중얼거렸다.
다음에 커크는 세 거지에게 제비뽑기를 하게 하여 패자에게는 여섯 냥을 주고 나머지 둘에게는 일곱 냥씩 주어 지갑에 든 돈을 모두 처분했다. 루푸스 왕은 거지들이 공정히 대우받긴 했지만 여섯 냥만 받은 거지가 일곱 냥씩 받은 거지를 시기하겠구나 하면서 진정으로 어질고 현명하지는 못하다고 하였다.
그 다음은 케빈이 스무냥을 배분할 차례였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자기 호주머니에서 금화 한 냥을 꺼내어 보탠 다음 한 사람에게 일곱 냥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해서 똑같은 금액을 나누어 주었으며 왕의 금화도 남김없이 처분하였다. 루푸트 왕은 큰 소리로 외치며 진정 공정하고 어질며 현명한 젊은이로다. 왕은 케빈을 경선의 승리자로 선언했으며 그 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는 결정이었다.
케빈이 아름다운 시벨리나와 결혼하여 그리트니아의 왕이 되었을 때 그의 모든 행위는 진정 인격을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공정하고 어질며 현명한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닐 기유메트 / 떠오르는 태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