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것들은 스스로 만난다
인생의 절반을 산 지금
바다를 닮은
그 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있는 사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무심한 척하는 사람
그래서 언제
그 비밀을 드러낼지 모르는
바다를 닮은 그 한 사람
겨울 바다를 닮은
여름 바다를 닮은
봄 바다를 닮은
가을 바다를 닮은
늘 같아만 보이는
그러나 많은 것을 감추고 있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그런 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호숫가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봅니다.
호수는 늘 고요하면서도
평온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도
물결은 큰 파문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돌멩이를 던지면
예쁘게 파문이 일다가 잔잔해지고
아무 일도 없는 듯 시치미를 뗍니다.
그 포용하는 모습이
면박한 노승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수를
아름답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바다도 평안한 날에는
한없이 고요합니다.
오선지에 그려지는 악보처럼
예쁜 그림을 그려줍니다.
그러나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마치 성난 용처럼
모든것을 삼킬 듯이 출렁거립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요한 바다를 좋아하면서도
성난 바다는 두려워합니다.
바다와 호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입니다.
바다는 변화가 많아
우리를 당황케 하지만
그 속에 온갖 것들을 담고
감추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바다일 수도 호수일 수도 있습니다.
호수를 닮은
고요하고 평온한 삶이 있습니다.
호수는 늘 잔잔해서
그리고 늘 평온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그다지
많은 것을 감추지는 못합니다.
호수를 닮은 삶은 그 넓이만큼
삶의 지혜도 갖기 어렵습니다.
바다를 닮은
우여곡절 많은 삶이 있습니다.
굴곡으로 점철된 삶이기에
삶의 지혜 또한 풍부합니다.
삶은 선택입니다.
어쩌면 운명의 이름으로
선택되어지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운명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호수의 모습이든 바다의 모습이든
주어진 운명 안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의지가 있습니다.
주어진 운명이라고
쉽사리 포기하고 안주하는 사람은
인간의 가치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운명을 사랑하되
싸워나가는 힘을 스스로 발생시켜
더 나은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만이
존재의 의미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시지프스 신화를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가난한 마음의 행복에서 전하는 메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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