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약용과 편지를 뜯어보지 않는 관리
다산 정약용이 정치 다툼에서 밀려
충청도의 한 지방에 찰방이라는 한직으로
내려가 있을 때였다.
하루는 홍주목사 유의에게 편지를 띄워
공무와 관련된 일을 의논하려 했다.
그런데 편지가 도착했을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어찌 답장이 없나 답답하던 차에
정약용은 홍주에 갈 일이 생겼다.
볼일을 마친 그는 유의를 찾아가서
얼굴을 보자마자
제 편지에 왜 답장을 하지 않으셨는가 다그쳤다.
홍주목사 유의는 내가 수령으로 있을 때에는
원래 편지를 뜯어보지 않는다고 대답하며
시중을 드는 아이에게 편지함을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가 가져온 편지함을 쏟아 보니
대개가 조정의 고관들이 보낸 편지였다.
홍주목사 유의는 이렇게 말했다.
「 이것을 잘 보시오.
이렇게 높은 관리들이 내게 개인적인 편지를
보낸 이유가 무엇이겠소.
대부분 가깝게 지내는 이 지방 토족들을
잘 봐 달라고 내게 부탁하는 것이라오.
이전의 수령들은 중앙의 관리로 복직하기 위해
그런 청탁을 기꺼이 들어주었겠지만
나는 아예 편지를 읽지 않는다오.」
정약용은 홍주목사 유의에 대해 공감하며
자기가 보낸 편지는 공무였다고 하였다.
홍주목사 유의는 만일 공무였다면 어찌하여
공문으로 보내지 않았냐고 물으니
정약용은 거기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 유의와의 대화를 기록했다.
우리의 현실에 정치가와 관리들이
목민심서를 옆에 끼고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여야
선진화 원년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 좋은 생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