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물에 청렴한 이야기와 현덕수
고려 명종 때 현덕수라는 사람이 있었다. 무신인 그는 서경에서 조위총의 난이 일어나자 연주성을 지킴으로써 주민들의 추대를 받아 권행병마대사가 되었으며 연주성을 포위 공격한 서경의 군대를 물리쳐서 궤멸시키고 그 공으로 내시지후가 되고 병부상서에 까지 이르렀다.
그가 지방살이를 마치고 개성으로 돌아와 집을 한 채 장만하기 위해 애쓰던 중 마침 마땅한 집이 있어 계약을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노극청이란 사람이 찾아와서 말했다. " 오늘 당신이 우리집을 사기로 계약을 하신 모양인데 없는 일로 하십시오" 현덕수는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 그게 무슨 말이요. 계약은 분명한 약속이요.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요?" 그러자 노극청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 그 집은 제가 몇 해 전에 은 아홉 근을 주고 산 집인데 그동안 몇 년을 살면서 수리 한번 한 적도 없는데 제가 없는 사이 아내가 무려 은 열두 근을 받고 팔았습니다. 그것은 나의 청렴을 더럽히는 일이라 계약을 파기하는 것 외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현덕수가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 그것은 지금의 시세를 받은 것으로 압니다. 얼마 더 받는 것이야 해로울 게 없는 일 아닙니까?" 노극청은 답답한 듯 짜증스럽게 말했다. " 그렇다면 내 아내가 더 받은 세 근을 받으십시오. 그것이 안 된다면 집을 팔 수가 없습니다" 현덕수가 다시 말했다. " 당신만 청렴함을 고집하지 마시오. 나도 평생동안 의롭지 않은 일은 해 본 적이 없소. 남의 집을 제값보다 싸게 샀다는 말은 결코 듣고 싶지 않단 말이요" 마침내 두 사람은 그 은 세 근을 절에 시주하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다.
이 이야기는 우화에 가까운 실화로서 청렴에 관한 이야기이다. 청렴의 의미를 까마득히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