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생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 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간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 서산대사 /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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