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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술관 옛그림 - 작자미상(作者未祥)의 죽학도(竹鶴圖)

박남량 narciso 2019. 8. 28. 20:16


우리 미술관 옛그림

작자미상(作者未祥) <죽학도(竹鶴圖)>


작자미상(作者未祥)의 죽학도(竹鶴圖)입니다. 소나무가 그려져 있으면 송학도(松鶴圖)이지만 소나무 대신 대나무를 그렸으니 죽학도(竹鶴圖)가 됩니다. 대나무 죽(竹)은 축하의 축(祝)과 중국 음(音)이 같아서 대나무(竹)와 학(鶴)이 만나면 축수도(祝壽圖)가 됩니다.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와 영화를 더불어 누리라고 축원하는 그림이 됩니다.

학(鶴)은 장수를 축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두 마리 학(鶴)은 부부가 해로하며 오래오래 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그림과 같이 한 마리만 그려져 있으면 그 사람의 장수를 축원하는 의미가 됩니다. 동양화에서 선비의 거처를 그린 그림을 보면 마당 한켠에 학(鶴)이 두 마리쯤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학(鶴)을 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춤도 가르쳤습니다. 학(鶴)을 춤추게 하려면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학(鶴)을 훈련하는 방법은 동물의 지능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조선 후기의 학자 문인인 이덕무(李德懋)의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새긴 글'이란 뜻의 수필집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란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일찍이 학(鶴)을 춤추게 하는 방법을 들었다. 깨끗이 사용한 평평하고 미끄러운 방에 기물을 남기지 않고 구르는 나무 토막 한 개를 둔다. 그리고 학(鶴)을 방 가운데 가두고 방이 뜨겁도록 불을 넣는다. 학(鶴)은 제 발이 뜨거운 것을 견디지 못해 둥근 나무에 올라서는데 나무토막은 구르면서 섰다 미끄러졌다 한다. 두 날개를 오무렸다 폈다 하기를 쉴새없이 하고, 굽어보고 올려보기를 끊임없이 한다. 그때 창 밖에서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연주하여 떠들썩하게 소리를 내어 마치 학이 자빠지고 넘어지는 것과 서로 박자를 맞추듯이 하면 학(鶴)이 마음은 열 때문에 번잡하고 귀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가도 이따금 기뻐하며 그 수고로움을 잊는다. 그렇게 한참 지난 후에야 놓아준다. 그 뒤 여러 날이 지나 또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연주하면 학(鶴)이 갑자기 기쁜 듯이 날개를 치고 목을 빼어 들며 박자에 맞추어 날개를 퍼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