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죽림칠현이란 말이 있다. 죽림칠현이란 속세를 떠나 죽림에 들어가 술과 청담을 즐기며 지낸 지식인을 말한다. 오늘날 죽림칠현은 현실도피적 지식인의 대명사다.
조조를 섬기며 유능한 관리라는 평을 받던 완우에게 완적이라는 칠현의 중심인물인 아들이 있었다.
완적이 사마소를 섬기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법무관이 어미를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고를 했다. 그러자 완적은 아비를 죽인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하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이 녀석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가 하며 낯을 찌푸리니 사마소가 꾸짖었다.
「 아비를 죽이는 것은 천하의 대죄이거늘 이해할 수 있다니 그 무슨 망언인가.」
이에 대해 완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 짐승은 어미는 알고 있으나 아비는 모릅니다. 그러므로 아비를 죽인 자는 금수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어미를 죽인 자는 짐승만도 못하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들은 사마소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과연 그러한 견해도 있구나 하고 납득을 했다.
이처럼 완적은 종래의 도덕이나 예절에 구애됨이 없이 새로운 관점에서 인간을 파악하려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약육 강식과 하극상의 풍조가 팽배한 이 난세를 도저히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종래의 전통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베로 만든 면류관을 쓰는 것이 원래의 예이다. 지금은 생사로 만든 면류관을 쓰는데 검소하다. 나는 지금 사람들을 따라하겠다.
공자의 이 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이른 바 유행이나 예절 관행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공자의 견해를 나타낸 말이다.
공자도 전통의 예에 어긋난다 할지라도 당시 사람들을 따라 하였다는 말이다. 모든 예절 관행은 항상 자신의 주체적인 가치 판단에 의해 결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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