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아버지의 노트

박남량 narciso 2007. 1. 24. 10:41

 

아버지의 노트

 
                얼마 전에 아버지를 여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잡지사에 근무했던 아버지의 일을 
                자주 도와드리며 성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의 서재 
                어느 곳에 무엇이 있고
                어떤 책 종류가 있고
                심지어 개인 원고의 내용까지
                훤하게 다 알고 있었습니다.
                살아 생전에 아버지는
                밤 늦게까지 서재에 있곤 했는데
                유일하게 그 시간만은 
                아무도 서재에 들어 갈 수 없었습니다.
                가끔 새벽녘까지 불이 켜져 있는
                서재를 바라보며
                청년은 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계실까
                궁금증을 느끼곤 했습니다.
                서재에서 유품을 정리하던 청년은
                아버지의 책상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버지는 이 책상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는 책상 서랍을 열어 보았습니다.
                서랍 한귀퉁이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노트를 집어든 청년은
                그리운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며
                펼쳐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의 이름
                친지와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도 보였습니다.
                청년은 어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 저는 처음 보는 건데
                어머니는 이 노트에 대해 아세요?」
                어머니는 그 노트를 들고
                한 장씩 한 장씩 넘겨가며
                회상에 잠긴듯 하였습니다.
               「 이것은 네 아버지의 기도 노트란다.
                매일밤 한 사람씩 이름을 짚어가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단다」
                그제야 모든 것을 알게된 청년이 
                낯선 이름들에 대하여 다시물었습니다.
               「 그런데 이분들은 누구죠? 」
               「 아버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란다.
                아버지는 매일 그들을 용서하는 기도를 올리셨지」

       
                마음의 여유로움을 주는 이야기 쉼터 중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어떻습니까?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이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것도
                마음을 닦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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