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고 떠난 스승
암 투병 끝에 지난달 29일 세상을 등진 울산시 울주군 춘해보건대학 사회복지과 이경희(여·54·)교수가 유언을 통해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복지과 제자들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18일 춘해보건대학에 따르면 소아마비로 4살 때부터 하반신이 마비돼 불편하게 살았던 이 교수는 숨지기 직전 자신이 살던 부산의 1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각해 매년 500만원씩 20년간 춘해대 사회복지과 학생들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유서를 춘해보건대에 기탁했다.
이 교수는 또 자신이 생전에 즐겼던 배드민턴을 칠 때 탔던 200만원 상당의 휠체어를 팔아 간질병을 앓는 한 제자의 진료비 마련에 써달라는 유언도 남겼다. 이 교수는 앞서 2003년부터 학기마다 30만원씩 장학금을 내기도 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이 교수는 1955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동래여고를 졸업한 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을 돕겠다고 결심하고 약학대학 진학을 시도했지만 당시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장애인을 받아주는 대학이 없어 8년간 방황을 거듭해야 했다. 가까스로 28살 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대학원까지 줄곧 성적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하고도 11년간 교수 채용 시험 최종면접에서 낙방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 때의 아픔 때문인 듯 이 교수는 늦깎이 교수가 된 뒤부터 학교의 각종 시설물들을 장애인들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데 앞장서는 등 교내 장애인 복지의 선구자로 활동해왔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유방암 말기 선고를 받은 뒤에도 강단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학교에 나와 장애인 복지론 등 전공 수업을 강행하며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위한 강의에 열정을 쏟았다.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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