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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거꾸로 신고 손님을 맞이한다는 고사성어 도리상영(倒履相迎)

박남량 narciso 2015. 6. 17. 11:13


신을 거꾸로 신고 손님을 맞이한다는 고사성어 도리상영(倒履相迎)




동한(東漢) 헌제(獻帝) 때에 조정에는 좌중랑장(左中郞將)을 지내는 채옹(蔡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학식이 있는 사람으로 황제에게 중용되었다. 이 때문에 그의 집안에는 항상 손님들이 많았으며 문앞에는 오고가는 수레들로 붐볐다. 어느 날 대문 앞에 왕찬(王粲)이라는 손님이 와 있다는 전갈이 왔다.

『蔡邕聞粲在門  倒履迎之

채옹(蔡邕)이 당대의 명사인 왕찬(王粲)이 대문 앞에 와 있다는 말을 듣고 신발을 거꾸로 신고 달려나가 그를 맞이하였다.』

채옹(蔡邕)은 왕찬(王粲)을 객청으로 안내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대단한 손님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알고보니 왕찬(王粲)은 마르고 약골처럼 생겼으며 키는 작고 몸집도 작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고관대작인 채옹(蔡邕)이 이런 아이를 보고 이처럼 황망하게 영접하다니 설마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하였다. 채옹(蔡邕)은 사람들의 놀라는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설명하였다.

『이분은 왕찬(王粲)이라는 사람인데 저는 그보다 못합니다. 저의 집의 모든 책과 글은 마땅히 그에게 드려야 합니다.』

채옹(蔡邕)은 이어서 왕찬(王粲)의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루는 왕찬(王粲)이 친구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비석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비석 위에는 많은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의 친구들이 그에게 그 글자들을 외울 수 있겠느냐고 묻자 왕찬(王粲)은 눈으로 비석을 한번 훑어보더니 이내 한 글자도 틀리지도 않고 모두 외웠답니다.』

왕찬(王粲)은 산양(山陽) 고평(高平)사람으로 유표(劉表) 막하에 있던 식객으로 외모는 보잘 것 없었으나 중랑장(中郞將) 채옹(蔡邕)이 아끼던 제자로 기억력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글도 매우 잘 써 상객 대우를 받았다. 유표(劉表)가 죽은 뒤 조조의 막하에 들어 위(魏)나라의 시중(侍中)까지 지냈으며 60여 편의 시가(詩歌)를 남기고 41세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왕찬전(王粲傳)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도리상영(倒履相迎)이다.

도리상영(倒履相迎)이란 신을 거꾸로 신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말한다. 가까운 벗이나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나머지 신마저 거꾸로 신고 나가 마중을 한다는 뜻으로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같은 의미의 사자성어로 도리영지(倒履迎之)와 도리영객(倒履迎客)이 있다.


세상에 이렇게 만나고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맹자(孟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에도 도리상영(倒履相迎)의 심정을 이야기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나와 뜻을 같이하여 도를 함께 논할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세상이 각박하고 경쟁이 치열하여 정이 메말랐다고 합니다. 친구란 또다른 나입니다. <酒食兄第 千個有 急難之朋 一個無>  술과 음식을 먹을 때는 형제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는 한 사람의 친구도 없다는 명심보감에 있는 진리를 삶의 지표로 삼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함께해 줄 친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신발을 거꾸로 신고 달려 나올 친구가 있다면 즐겁지 않을까요.<꽃사진: 유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