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신라 성덕왕 때 노힐부득(努肹夫得)과
달달박박(疸疸朴朴)이란 사람이 살았다.
두 사람은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을 하느라 각기
작은 암자에서 수도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해 질 무렵이었다.
젊은 예쁜 처녀가 달달박박의 암자를 찾아와
하룻밤만 재워 주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그는 펄쩍 뛰다시피 놀라면서 말했다.
『암자는 청정을 지키는 곳이오.
결코 젊은 아가씨를 재울 곳이 못되오.
더 어둡기 전에 다른 곳을 찾아보시오.』
그리고는 소리나게 문을 닫아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달달박박의 집을 나온 처녀는
노힐부득의 암자를 찾아가서 애원했다.
노힐부득은 날도 이미 저물었을 뿐만 아니라
이 깊은 산속에서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처녀를 안으로 맞아들였다.
그녀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나서 밤늦게까지
염불만 외고 있었는데 처녀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스님께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만
잠자리를 좀 마련해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곧 아이가 나올 것 같습니다.』
노힐부득은 가엾은 생각이 들어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목욕물까지 데워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조금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 목욕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윽고 등까지 밀어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노힐부득은 참으로 난처한 일이었지만
그녀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했다.
그녀의 등을 밀어 주기 위해 그녀의 알몸에
손을 대는 순간 그의 피부는 금빛으로 변했고
그 옆에는 연대(蓮臺)가 마련되었다.
처녀는 노힐부득에게 연대 위로 올라앉기를 권하면서
『나는 관음보살이오. 그대가 부처되는 것을
도와 주러 왔을 뿐이오.』
라고 말하고는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노힐부득만 연대 위에 앉아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도 이와 같은 것인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
